영국 접촉시간, 호주 연락방법 제한

2024-05-02 13:00:00 게재

세계 주요국가들 대부분 악성민원 강경대응

정부 종합대책 수립, 기관 고소 근거도 마련

정부가 악성민원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우기로 했다. 최근 김포시 공무원 사망사고 이후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진데 따른 조치다. 우선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악성민원에 대한 개념부터 세우기로 했다.

4월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악성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 노동자 대회를 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요국 민원환경 현황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 미국 등 조사 대상 국가 대부분에서 악성 민원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악성민원인 접촉 제한 정책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에 의뢰해 미국 일본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7개국 민원환경을 조사한 결과, 이들 나라들은 모두 악성민원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대응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었다.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해 악성민원인의 접촉을 제한하는 나라도 많았다.

조사 결과 일본 영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폭력성·부당성·불합리성 등을 기준으로 악성민원을 정의하고 있다. 또 폭력 등 범죄행위와 불합리한 요구·행동 등 업무방해 행위를 악성민원 유형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악성민원을 시간구속형, 반복형, 폭언형, 폭력형, 협박형, 권위형, 직장 밖 요구형, SNS·인터넷 비방형, 성희롱형 등 9개 유형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원에 대한 공무방해 행위와 위법행위는 규정돼 있지만 악성민원의 정확한 개념이나 세부 유형은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무원노조 등이 악성민원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이번에 조사한 7개 나라 모두 악성민원인의 업무방해 행위를 제한하고 범죄행위로 처벌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일본과 미국은 악성민원 대응매뉴얼을 운영하고 있고, 잉글랜드·호주·뉴질랜드는 악성민원인의 연락·방문 횟수와 연락방법 등을 제한해 업무방해 행위를 방지하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의 경우 지자체 서비스 사용 제한과 지자체 건물 출입 거부 등의 강력한 제한 수단을 쓰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등은 별도의 공직자 대상 범죄 처벌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폭행 가해자에 대해 기관 차원에서 고소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악성민원 핵심 대책이기도 하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김세진 행정연구원 박사는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온라인 전화 등 전달 수단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악성민원이라 하더라도 민원서비스 제공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으므로 전자우편 등으로 연락방법을 제한하거나 대면장소를 지정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악성민원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근 김포 공무원 사망사고와 관련 악성민원인 2명이 입건됐다. 경찰은 최근 김포시 민원공무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공무원 신원과 악성 글을 온라인카페에 올린 민원인 2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한 사람은 사망 공무원에 대한 악성 게시글을 온라인카페에 올리고 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 다른 한 사람은 사망 공무원과 관련한 악성 게시글을 온라인카페에 올리고 김포시청 당직실에 전화해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정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민원공무원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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