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삶의 질 향상” VS “입시 현실 외면한 것”

2014-08-29 11:01:26 게재

9시 등교 학부모들의 의견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발표한 9시 등교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9월이 다 돼가는 지금도 학부모들은 뜨겁게 논쟁 중입니다.
“잠을 충분히 자고 아침밥도 먹고 학교에 가면 학교생활도 더 잘 할 수 있고 공부 효율도 오를 것”이라는 찬성 의견, “9시 등교로 한국 교육이 바뀌는 건 아니고 경기도 학생들만 손해를 볼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우리 지역 학부모들에게 9시 등교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경기도만 바뀌는 건 안 돼
전국적으로 시행해서 수능시험도 9시에 시작하면 찬성하지만 경기도만 하는 건 반대입니다.  경기도 애들만 피해를 보잖아요. 아이들도 지금껏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몸이 길들여져 있고요. 등교를 늦추면 모든 활동 시스템이 뒤로 밀리고 학교 운영도 들쑥날쑥 되지 않을까요.
아침 시간이 늦어지면 점심시간도 늦어지고 하교 시간도 늦어지는 거 아닐까요. 만약 하교 시간이 늦어진다면 바로 학원에 가야하니까 학교 방과후 수업에는 못 가게 될 겁니다.
아침에 한 시간 자유가 저녁의 한 시간을 뺏게 되겠죠. 아침밥은 먹을지 몰라도 저녁밥 못 먹고 학원에 가겠죠.
초등학생 때부터 단계별로 거쳐서 몇 후에 정착된다면 적응이 될 텐데 지금처럼 강압적으로 하는 건 너무 성급한 것 같아요.
아침 한 시간의 자유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전체적인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9시 등교는 너무 빠른 결정인 것 같아요.
고1 학부모 양태열씨

아침밥 먹고 하루 시작하는 것 중요해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치는 건 아니잖아요. 많은 아이들이 잠이 부족하고 밥을 못 먹고 지쳐서 학교에 가는데 9시까지 등교를 하면 그게 해결 되지 않을까요. 덜 피곤한 상태로 학교에 가면 아무래도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기분이 좋으니까 교우관계도 나아질 것 같아요.
신경이 곤두서면 조금 더 공격적이 되는데 아침 시간을 여유 있게 하면 아이들 다툼도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둘째는 중학생인데 방학 동안 아침을 잘 먹다가 개학해서 몇 번 밥을 못 먹고 가더니 배고파서 죽겠대요. 고등학생인 큰아이 등교시간이 7시 50분인데 7시에 일어나도 밥을 못 먹고 가요. 직장인도 그렇지만 저녁보다 아침시간이 더 빠듯하잖아요.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추면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 큰아이가 밥은 먹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찬성해요.
고1, 중2 학부모 선희정씨

고3 수험생 9시 등교는 미친짓
고3은 수능이 백일도 안 남았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는 건 문제죠. 정책을 정하는 분들이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요. 저희 애들만 돌 맞은 개구리처럼 되라는 거 아닌가요?
저희 아이는 고3이지만 여학생이라 6시 반에 일어나 샤워하고 머리 말리고 아침밥도 먹고 가요. 아침에 나갈 때는 누구라도 허둥지둥 나가는 건 매한가지예요. 수험생이 식탁에 앉아서 반찬 여러 개 꺼내놓고 여유 있게 식사하는 건 아니잖아요. 간단하게 한 숟갈 먹고 가지.
9시에 등교하든 8시에 등교하든 못 먹는 애는 어차피 못 먹고 가요.
또 사교육 시간은 밤 10시까지 제한 돼있는데 학교 끝나는 시간이 늦어지면 스케줄이 꼬이거나 바뀌는 것도 생길 거예요. 몇 년 동안 이 시스템에 적응했는데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고3 학부모 박은영씨(가명)

피곤한 아이들, 아침잠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해야
아침에 허둥지둥, 밥도 다 못 먹고 가는 아이를 보면 등교시간이 조금 늦춰지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넘쳐난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다녀와서 피곤하다며 누워있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요. 조금만이라도 아침에 더 잘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조바심 없이 아침밥을 먹고 갈 수 있을 것 같고요. 
학교에서 며칠 전 보내온 가정통신문을 보니 아침 독서시간과 조회를 줄여 바로 수업을 시작하면 하교시간이 10분~20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겠더라고요.
우리 때도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잖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것을 물려주지 않고 작은 것 하나부터라도 조금씩 바꿔 갔으면 합니다.  
중1 학부모 이정민씨

수업시간만 뒤로 늦추는 건 큰 의미 없어
9시 등교, 아침에 잠을 좀 더 잘 수 있겠지만 수업시간이 늦춰지니 자연히 하교시간도 늦춰지겠죠. 요새 아이들이 하교 후에 학원에 많이 다니잖아요. 안 그래도 학교 갔다 와서 학원 숙제에, 학원갈 준비에 바쁜 아이들인데, 하교시간까지 늦어지면 학원 갈 시간이 더 빡빡해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서네요.
또 아이가 학교에 가면 배가 일찍 고파 점심시간을 기다린다는데, 점심시간이 늦어지면 배고플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수업시간을 한 시간 더 줄여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시간만 뒤로 미뤄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여유를 갖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중3 학부모 김혜원씨

교육정책 변화에 대한 부담, 학부모만 안게 돼
9시 등교에 대한 취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해요. 하지만 맞벌이 가정처럼 9시 등교로 부담을 안게 되는 부모들의 부담은 커질 것 같습니다.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 없이 이리저리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허덕이는 것은 오롯이 부모의 몫이 되곤 하죠.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주시면 9시 등교가 유익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9시 등교는 실시하되, 교사들은 예전처럼 출근해서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과 같은 대안 책을 마련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점만을 생각하고 일괄적으로 9시 등교를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2, 고1 학부모 성임순씨

여유 있는 아침을 기대해요
9월 1일부터 9시 등교라는 학교 단체 문자를 받았습니다. 교육청의 발표를 통해 9시 등교가 시행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취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듣지 못해 궁금합니다. 아침 시간은 워낙 빨리 흘러 30분이라도 등교시간을 늦추면 아이들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늦게 일어나면 정신없이 세수하고 아침을 못 먹고 학교에 가게 되거든요. 아침을 먹더라도 빨리 먹고 가야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제는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학교를 좀 늦게 가도 된다는 생각에 늦게 잠들고, 더 늦게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생활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당분간 잘 도와줘야겠습니다.
중3 학부모 김수연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를 꼭 챙겨주세요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등교시간이 8시40분입니다. 9시 등교로 바뀐다고 해서 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네요. 아이가 아직은 초등학생이라 저녁 10시쯤 잠들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 먹고 일찍 학교 가는 것이 습관이 돼 있어요. 아침 8시면 학교에 갑니다. 9시 등교로 바뀐다고 해도 본인은 8시에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네요. 학교 가는 것이 즐겁고, 일찍 학교에 가 친구들과 더 놀고 싶다고 합니다. 9시 등교로 바뀌면 선생님이나 학교 지킴이 분들도 늦게 출근하실 것 같은데, 아이들만 학교에 일찍 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나 일찍 등교하길 희망하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 문제를 꼭 챙겨주기를 희망합니다.
초6 학부모 권수미씨

급작스런 정책, 당황스러워
등교시간 2,30분 늦춘다고 해서 숙면을 취한다든가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평소 습관대로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잠 잘 애들은 다 자고, 아침 식사도 먹을 애들은 다 먹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조금 늦게 등교한다고 잠이 확 깨서 집중력이 좋아질까요. 저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쪽이에요.
또, 학교 일정을 늦게 시작하면 오후 학원 일정이 너무 타이트해지지 않을까요. 그동안 학교에서 진행하던 0교시 수업도 있고, 동아리 활동도 있을 텐데 말이죠.
사실 효과가 좋다고 해도 학기 중에 이런 결정은 좀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어떤 설문조사나 시범학교도 없이 갑자기 9시 등교를 전면시행 한다는 게 이해하기 힘들죠. 그것도 초등이 아니라 초, 중, 고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된다니 현실감이 떨어지는 거 같아요. 
초4 학부모 김연신씨

9시 등교, 적극 환영해
9월부터 초중고 등교시간을 9시로 정한다는 기사보고 나름 반가웠어요. 아이들의 수면시간은 아주 중요하거든요. 교육 선진국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의 수면일기를 쓸 정도로 수면시간에 관심이 높다고 하잖아요. 우리도 아이들 많이 재워야 합니다. 아이들이 푸욱 자고,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하고, 학교에 가면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요. 아침부터 동동거리며 세수하고, 밥 먹고, 등교하는 모습이 늘 짠했는데, 이제 아이들이 편해질 수 있다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일찍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은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니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아침도 먹고, 뇌가 깨어 있는 시간에 학교 가자’ 이 여세를 몰아 대입제도까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초1,3 학부모 김성화씨

김수정 남지연 양지연 이남숙 이향지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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