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해금 대표 주자 강은일 교수

'세월호를 위한 레퀴엠' 해금으로 연주

2015-05-01 11:03:21 게재

사회성 짙은 해금 연주

장르 결합 공연 시도

너무나 아플 때는 말로는 위로가 안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치유 방법으로 음악을 권한다.

전통 국악기 해금 대표 주자인 강은일(47) 단국대 국악과 교수는 "음악이 다행인 것은 말을 하지 않고 호흡으로, 느낌으로 달래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안산에 가서 펑펑 울고는 잘 가라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진혼곡을 연주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해금을 현대 국악사의 중심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개인 공연과 전통 악기 전수를 겸한 왕성한 활동이 해금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교수의 연주에는 사회성이 묻어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진혼곡을 해금으로 연주했고, 2010년 천안함 사건에는 사망한 병사를 위한 진혼곡 '밀양'이라는 곡을 만들어 연주했다.

이 때문에 시기 어린 질투를 받기도 했지만, 앞서 말한대로 음악은 사회를 치유하는 기능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연주에 반영하고 있다.

"해금의 선율이 슬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산자와 죽은자의 매개,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은 살아남은자의 애달픔을 해금에 담아 치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주를 해왔습니다."

강 교수에게 해금은 무엇일까. 스스로도 해금을 잘 몰랐다고 할 정도로 저변이 없었던 악기다. 18세기에는 모든 선비들이 거문고를 탔다. 그래서 18세기는 거문고, 20세기는 가야금 시대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국악기는 박물관 전시품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강 교수의 말에는 반성의 의미도 묻어있다. 국악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국비를 들여 외국 유학간 학생들을 방학 때면 모두 불러 전통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는 국가 차원의 노력도 아쉽습니다."

강 교수는 21세기는 해금의 시대가 될 것이라 했다. 관악기이자 현악기로 분류할 수 있는 데다, 다른 '무엇'과도 결합하는 데 적합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해금을 '작고 초라해 보이지만,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는 악기'로 표현했다. 다른 사상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강 교수는 1998년 관현악단을 나와 개인 활동을 할 때 해금과 다른 '무엇'을 결합하는 '해금+(플러스)'를 만들었다. 해금과 재즈, 해금과 클래식, 해금과 춤이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열린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금+'에 그대로 담았다.

그는 2003년 음반을 내면서 활동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삼청각을 대표하는 공연을 1년반동안 해왔다.

강 교수의 해금 연주는 5월 3일 국립국악원, 6월 19일 부산국악원, 7월 10일 광주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 10월에는 KBS와 협연이 예정돼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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