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포괄주의 손질, 재벌승계 도와준다"

2015-07-17 11:00:45 게재

세금 많이 안내며 지배력 확대 … 특혜·편법증여 논란 불가피

한투 "2세 지분 많은 제일모직·현대글로비스 등에 관심"

상속·증여세법을 완전포괄주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개정하면 재벌들 경영권 승계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점쳐졌다.

재벌총수 지분을 기업(2세 지분이 많은)에 증여하더라도 지금처럼 법인세 소득세 증여세 등의 세금을 모두 내는 이중과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은 덜 내면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는 얘기다. 특혜와 편법증여 논란은 불가피하지만 투자 측면에선 재벌 2세나 3세의 지분이 많은 상장기업엔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1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 정부 안에서 올 세법개정안에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포함시킬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으로 촉발된 재벌 지배구조개편과 경영권승계 문제가 또다시 증권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증권가는 특히 상속세·증여세법을 개정해 지분 등 재산을 증여 받은 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하면 법인의 주주에게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고 예외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대상에게도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한다는 등의 개정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원칙에 따라 기업 총수가 '오너 2세가 대주주인 회사'에 지분을 증여할 때 지분을 증여 받은 기업은 법인세를 납부하고 오너 2세는 실질 상속자로 분류돼 증여세와 소득세를 추가 납부하게 돼 있다.

이중과세 논란이 있지만 국세청은 법인을 통한 지분 증여를 경영권 간접 승계 및 편법 상속으로 보기 때문에 이중과세임에도 적법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이런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승계를 준비중인 기업은 오너 2세가 대주주인 회사로 지분을 증여해 이중과세를 피하고 상속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장주식에 대한 상속세율은 자산가치의 50%이지만 최대 및 특수관계인 지분의 증여는 20%가 가산된다.

한투증권에 따르면 7월 15일 종가기준 이건희 회장의 보유 상장 지분가치는 11조4000억원인데 상속세는 6조9000억원에 달한다.(표 참조)

반면 기업의 법인세율은 24.2%로 지분 상속세율(실질 60% 수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만약 법안 개정 후 총수의 상속지분이 오너2세의 지분이 많은 기업으로 증여된다면 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하는 대신 오너 2세는 증여세 의무를 피할 수 있다. 설사 기업의 법인세 대신 오너 2세가 증여세를 직접 납부하더라도 중복과세를 피하고 해당 법인 지분만큼만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 역시 지금보다 훨씬 유리하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를 계기로 합병을 통한 오너 2세의 핵심회사 지배력 확대방안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 대안이 될 수 있을만큼 경영권 승계를 앞둔 재벌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인 셈이다.

상속증여세법이 이런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재벌에 대한 특혜는 물론 편법 증여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냉정하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오너 2세가 지분을 대거 보유한 회사로 부가 이전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한투증권 제안이다. 지분 증여에 따른 법인세율 24.2%를 비용으로 해석하더라도 증여를 받는 기업 입장에선 상당한 이익이 되는 구조인 탓이다.

한투증권은 재벌 중 2세 혹은 3세들 지분이 많은 상장기업으로 삼성에선 제일모직(이재용 23.24%, 이부진 ·이서현 각 7.75%), 현대차에선 현대글로비스(정의선 23.29%), 한화에선 한화에스앤씨(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 한진에선 싸이버스카이(조현아 33.33%, 조원태 33.33% 조현민 33.33%)를 꼽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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