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사 10년간 취업제한 "위헌"

2016-04-01 11:01:16 게재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

"취업제한 제도 필요"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의료인에게 형 집행 종료 후 10년간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대한 취업제한에 규정한 구 아청법 44조 제1항, 56조 1항 12호 중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관한 부분은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아청법상의 취업제한제도에 대한 최초의 판례로 현재 계류 중인 다양한 취업제한 사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2011년 고대 의대 성폭행 사건으로 의료인의 성범죄를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제정됐다. 당시 의사단체 등은 "다른 직종의 취업제한은 아동청소년 관련 직군인 반면, 의료인의 경우 포괄적으로 모든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성범죄 전력만으로 장래에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이는 성범죄 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범죄 전력이 있지만 10년 안에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질 수 있는 자들에게도 과도한 제한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라 하더라도 개별 범죄의 경중에 차이가 있고, 이는 재범의 위험성도 마찬가지"라며 "해당 조항은 각 행위의 죄질에 따라 다른 제재가 필요함을 간과해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하고 있어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 제한에 있어 재범의 위험성 및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며 "10년을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개별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장안의 이화영 변호사는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은 공익성이 높은 직종이고, 환자의 신체에 접근성이 높아 여전히 취업제한제도는 필요하다"며 "위헌 결정된 이 조항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2012년 학교 도서관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공중보건의사로 임용된 A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근무를 하던 중 자신이 아청법상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인천시장은 A씨의 근무지를 비의료기관으로 바꿨고 이에 A씨는 직업의 자유 및 평등권 침해 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송은경 기자 ek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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