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정치 | 미디어 시민의 탄생

PC통신부터 촛불까지 … 미디어 흐름 한눈에

2017-06-02 10:27:12 게재
한윤형 지음 / 시대정신연구소 / 1만9800원

지난해 촛불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시위하러 나왔을까, 카메라 찍고 파도타기 하러 나왔을까.

미디어의 족적을 세세하게 담은 책, '미디어 시민의 탄생'은 이들을 '미디어 시민'이라고 불렀다.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각종 뉴미디어를 통해 '미디어 시민'이 됐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민'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봤다. 시위현장에서 자신의 눈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눈으로 사태를 직시했다. 운동세력이 설치한 무대와 스크린은 보조자였다. 대규모 참여자의 파도타기가 공중에서 찍으면 멋있게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저자 한윤형씨는 "미디어를 이해하고 본인이 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표현될 줄을 알며 적극적인 미디어 실천을 하는 이들"인 '미디어 시민'이 "우리 사회를 변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미디어 운동부터 연쇄적인 뉴미디어 탄생과 영향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21세기 미디어운동의 흐름과 영향이라는 부제가 대신 설명해준다.

뉴미디어의 조류는 PC통신, 인터넷, 정치토론 커뮤니티, 개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이동했다. 시사이슈 주도 매체는 신문에서 지상파, 인터넷포탈과 종편방송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미디어 시민의 출현과 영향력에 대해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짚어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노동운동계나 진보진영, 민주정부 지지들의 갈등은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 사례였다. 그는 "선진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사회에서 시민개인과 국가·자본 권력 사이에 위치한 각종 매개단체"인 '중간단체'로 정당, 언론, 노동조합 등을 지목한 후 "미디어 시민은 기존 중간단체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저자는 "중간 단체와 미디어 시민 모두 상생의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며 "새로 출범한 민주정부와 그 지지자들, 그리고 정당인과 언론인, 활동가들이 모두 동참해야 할 고민"이라고 했다.

최근 나타난 문재인 지지자와 진보언론 사이의 분란은 미디어 종사자들이 미디어 시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되짚어보게 했다. 또 평소에 관심없었지만 촛불로 단시간에 정치적 정보를 받아들인 '인스턴트 이데올로기' 안에서 시민들이 "지극히 당파적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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