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 치료 5세 어린이 사망 "병원, 3억원 배상하라"

2019-01-09 11:17:07 게재

식물인간된 뒤 사망

법원, 의료진 과실 인정

만 5세 어린이가 충치 치료 중 마취 부작용으로 식물인간이 된 뒤 사망했다.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해 부모에게 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이 원 부장판사)는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남대병원은 A군 부모에게 각각 1억54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A군(당시 만 5세)은 전남대 치과병원에서 충치 치료를 받다가 심장이 정지한 뒤 8개월 만에 사망했고, A군 부모는 병원 측에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7년 2월 A군이 치료를 받기 위해 전남대 치과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A군에게 마취제인 미다졸람을 주사방식으로 투여하는 등 수면상태로 유도했다. 수면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은 A군에게 치아에 국소마취제를 투여한 뒤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20분이 지난 뒤 의료진이 C군의 호흡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했고,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서 119 신고 및 병원 응급팀 호출을 했다.

119 구급대는 9분 만에 도착해 기관를 확보한 뒤 산소를 공급했다. 14분뒤 119구급대는 A군을 인근 광주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전남대 치과병원은 본원과 떨어져 있어 본원 응급실보다는 인근 광주병원 응급실이 더 가깝다. A군은 광주병원에서 자발순환을 하는 등 회복징후를 보였고 의료진은 A군을 전남대병원 본원 중환자실로 전원했다. 하지만 A군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치료를 받던 중 8개월 뒤 사망하고 말았다.

A군 부모는 의료진이 △마취제 과량 사용(마취 시행상 과실) △마취 후 관찰 부주의(경과 관찰상 과실) △적절한 응급처치 실패(응급처치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우선 응급처치와 경과 관찰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5분만 지나도 허혈(혈액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증상)이 발생하면서 조직손상으로 이뤄진다. 가장 먼저 심장압박을 통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고, 산소가 체내에 들어갈 수 있는 기도를 유지시킨 뒤, 약물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재판부는 "기도 유지와 산소 공급, 응급 약물을 즉시 투여해야 하는데도 기도 삽관이나 약물 투여 처치를 전혀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록에 따르면 A군이 심정지 상태가 된 후에 의료진은 심폐소생술만 했다. 기도 확보나 약물 투여는 119구급대가 했다.

재판부는 또 "일시적으로나마 광주병원 의료진의 응급처치에 의해 A군의 자발순환이 회복된 점에 비춰 보더라도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응급처치가 적절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절한 응급처치가 있었다고 한다면 망인에게 발생한 사망이라는 악결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의료진은 치료 당시 A군에게 맥박산소포화도계측기조차 사용하지 않는 등 기도유지, 활력징후와 호흡 유무 등을 제대로 감시·관찰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당시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페디랩(환자 몸을 고정하기 위한 신체속박기구)과 천으로 A군을 둘러 감쌌다. 또 러버댐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어서 A군의 신체 변화를 시시각각 관찰하기 어려웠다. 소아환자의 경우 수면마취 상태일 경우 맥박산소포화도계측기를 발가락 등에 연결해 실시간 호흡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은 A군에게 응급상황이 발생된 뒤에나 계측기를 부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A군이 울고 발버둥치는 상황이었다면 계측기 부착이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수면마취 상태인 경우 계측기를 부탁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상황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환자는 산소포화도가 매우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는 기도유지 호흡유무 등을 더욱 면밀히 감시·관찰했어야 한다며 "피고 병원 의료진 중 이 사건 치료와 독립해 A군을 전담하던 의료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진은 A군 보호자에게 치료 중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고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마취제를 많이 썼다는 A군 부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의료진은 마취제인 미다졸람을 15mg을 수령한 뒤 4mg을 투여하고 11mg을 반납했다. A군 부모들은 기록의 위조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군의 심정지가 급작스럽게 일어났고 발생까지 의료진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면서 "심정지 위험성 , 병원 의료진이 치료 이후 기울인 노력, A군의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남대병원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어린 아이인 A군이 결국 사망함에 따라 부모들이 겪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 등을 참작해 A군은 6000만원, 부모들은 각 800만원으로 위자료를 정했다.

재판부는 A군 부모의 손해로 기왕치료비와 장례비, 위자료에 A군의 손해액에 대한 상속분 등을 더해 각각 1억5456만원으로 정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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