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경제지표 중요성 더 커져

2019-11-01 12:28:23 게재

11월 협상 불확실, 제조업 지표 부진에 주가 다시 하락세

10월 FOMC(공개시장위원회)가 금융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한숨 돌리는 듯 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하는 중단할 것을 시사해 일각에서는 보험성 금리인하가 종료되면 주식시장이 또다시 냉각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필요하면 다시 통화정책 대응을 할 것이라는 파월 의장에 말에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이 재차 불거지자 주식시장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중 무역협상 방향성이 시세변동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1p(0.15%) 오른 2083.48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전일 주요 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140.46p(0.52%) 하락한 2만7046.2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대비 9.21p(0.30%) 내린 3037.5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62p(0.14%) 하락한 8292.36에 장을 마감했다.

칠레가 다음 달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전격 취소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중국 당국자들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장기 무역협상 합의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 관계자의 인터뷰를 인용해 중국 측에서 1 단계 무역 합의 이후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무역 협상이 가능할 것인지에 관해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산업재, 소재 등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 약세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복수의 당국자는 양국의 무역 쟁점 다수에서 중국이 양보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격에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 단계 무역협정도 결렬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여전히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지표들도 희망적이지 않다.

이날 나온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면서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재차 부추겼다.

공급관리협회(ISM)-시카고에 따르면 10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47.1에서 43.2로 내렸다. 시장 전망 48.5를 하회했고, 2015년 12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앞서 나온 중국의 10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3으로, 6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기록했다.

홍콩은 시위와 미·중무역 갈등의 영향 등으로 10년 만에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3.2%, 전년 동기대비 -2.9%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마이너스를 기록. 2분기에는 전기비로 -0.5%로 이전 발표치보다 하향 조정됐다. 홍콩 정부는 내수가 현저하게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식시장도 상승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1p(0.15%) 오른 2083.48로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한때 2103.71까지 오르며 2100선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점차 상승 폭을 줄인 끝에 결국 이날 중 최저가로 거래를 마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 실적이 작년 동기와 비교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도 기업 실적을 이끌 수출 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 협상 관련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시장에 상승 요인 자체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경기지표'와 '무역 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인하 후 3~6개월'에 선행지표 반등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엔 11월 ~1월이 그 시점"이라며 "연말연초에 선행지표 반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 측면에서 중국 관련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후반 10 월 수출입 동향과 소비자물가, 생산자물가가 발표될 예정인데. 10 월 중국의 제조업 PMI 지수가 예상보다 하락하며 부진했던 만큼 중국의 수출이나 수입은 마이너스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달 예정이었던 APEC 회의가 취소되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체감 및 실물지표의 개선을 제약할 여지도 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10 월 생산자물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원은 "전년동월대비 -1.5%로 9 월보다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생산자물가의 하락세는 기업이익의 둔화 및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정책당국의 부양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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