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수익성 악화, ESS가 원인

2020-02-03 17:02:55 게재

LG화학·삼성SDI, 각 2천억 손실 … 올해 중국업체와 경쟁 격화

국내 중대형 배터리업체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발생에 따른 충당비용으로 각사당 2000억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는 소형부문과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성과를 냈으나 ESS화재 관련 충당비용을 4분기에 반영하면서 전체 실적이 급락했다.

LG화학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조4612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6%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75억원 손실을 기록해 전년도 2896억원에 비해 3000억원 차이가 났다.

전지부문 전체 매출액은 8조3503억원으로 지난해 6조5196억원보다 2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543억원 적자를 기록해 전년도 2092억원에 비해 6500억원 줄어든 셈이다. 4분기에 영업손실 2496억원을 기록했는데 ESS 충당비용이 반영됐다.

삼성SDI도 4분기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13.8% 증가한 2조821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91.9% 감소한 201억원에 그쳤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중대형전지 부문에서 21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을 입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양사는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어진 ESS화재로 각각 2000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

현재 2차 민관합동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ESS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위원회는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특수소화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화재 등 국내 악재가 계속되면서 4분기 국내 ESS 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지상태다. 국내 수주 건수가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 상황도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앞다퉈 ESS 부문 투자를 확대하며 세계시장 진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기업 BYD는 ESS사업부를 기존 14사업부에서 제2사업부인 전지사업부로 이관했다. 지난해 11월까지 모두 11.6기가와트시(GWh) ESS를 출하했다. 앞으로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10배 이상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도 미국 ESS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현재 ESS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SDI와 LG화학이 80%를 차지한다. 중국업체 점유율은 10% 안팎이다. 현재 중국의 ESS 기술력은 한국에 뒤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업체의 물량공세에 한국 기업이 기술격차로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중국업체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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