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오거돈 이어 박원순 마저 … 민주당 도덕성 치명타

2020-07-10 11:31:41 게재

지자체장 자리에서 '미투' 의혹으로 연거푸 추락

부동산 투기·조국사태 등 '진보의 민낯' 비판도

안희정 충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의혹에 넘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요지역 지자체장들이 성추행 의혹들로 주저앉은 셈이다. 이는 곧바로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겼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불공정 논란에 이어 최근에 나온 청와대 고위간부와 여당 의원들의 부동산 다주택 보유 논란까지 불어 닥치면서 민주당이 고집해온 정체성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검은 넥타이 맨 이해찬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검은 넥타이를 매고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10일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민주당은 주요 행사들을 축소하고 '추모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8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자인 이낙연 김부겸 의원은 '당권레이스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박 시장의 죽음이 성추행 사건과 연루돼 있다는 점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까지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성 추문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8년에는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안희정 전 지사가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는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받았다.

21대 총선 직후인 올 4월 23일엔 오거돈 전 시장이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외에도 민병두 전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을 받았고 21대 총선에 대비한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는 지난 2월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로 당을 떠나야 했다.

지난 5일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대통령' '당대표' 자격으로 조화를 보낸 것을 두고는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안팎에서 낮은 성인지 의식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부패한 보수진영을 공략해온 진보진영 지도자들의 연이은 성추행 논란은 민주당 정체성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민주당의 도덕성은 오래전부터 금이 가고 있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해 탄핵으로 책임을 묻고 결국 정권을 받아든 문재인정부가 스스로 내놓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로 공격받기 시작했다.

'아빠 찬스'가 대입에 이용된 사례로 '과정 공정'을 다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판은 결과와 상관없이 '기회 평등'과 '결과 공정'의 맹점을 드러냈다.

부동산을 잡겠다면서 강남 주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청와대 고위간부와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하겠다면서 '다주택 보유' 욕심을 드러낸 여당 의원들은 서민들의 생채기를 건드렸다. 부동산 투기나 재산 축적은 진보진영에서 강도 높게 공격한 보수진영의 아킬레스건이지만 이제는 민주당의 아픈 곳이 됐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분배 의지를 앞세워 과세 정책과 규제를 주장했던 민주당이 오히려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부를 쌓아왔고 앞으로도 부의 양극화를 향유하려고 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셈이다.

여당 모 의원은 "도덕성이 진보진영의 전유물인 것처럼 주장하고 상대방을 비판했던 것을 생각하면 민주당이 더욱 자신을 돌아보고 겸손해져야 했다"면서 "요즘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걸리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 민주당이 176석을 얻었다고 해서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결국 민주당도 똑같이 권력을 갖고 있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얘기에서 민주당이 예외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을 통해 견제 받을수록 민주당이 더 겸손해지고 책임도 나눌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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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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