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 채택

"환영하지만 구체적 목표(2030년 온실가스 감축) 없어 미흡"

2020-09-25 11:11:04 게재

정부 2050년 '넷제로' 정책 수립하나 … 파리협정 준수해도 해수면상승 못피해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대응 결의안'을 24일 채택했다.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공식 규정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게 주요 골자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목표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기후 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 본회의 통과│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국회는 24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58명 중 찬성 255명, 기권 3명으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 채택을 가결했다. 해당 결의안은 현 기후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1.5℃ 특별보고서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정부가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책임감 있는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여 국제사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1.5℃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상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영하지만,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기후위기에 침묵하며 무책임한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국회가 지금이라도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먼 미래인 2050년 탄소중립만을 넣은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결의안 통과 이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세부 수치를 결의안에 담느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청소년 환경 노동 농업 인권 종교 과학 등 전국 500여개 사회단체의 연대기구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여러 정당의 발의안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이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담긴 측면이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 해결을 위해서는 정의의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이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며, 기존의 불평등 구조에서 희생을 강요받는 이들의 권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준수한다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의 원칙에 따라 환경과 경제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이 명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공식화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며 "결의안대로 국회내 비상 특별위원회가 설치된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관련 법 제정 등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참정권 캠페인 팀장은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 6개 국가는 2050년 또는 그보다 이른 시점에 탄소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제도를 법제화했다"며 "이번 결의안이 한국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법안 도입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제시된 온도 상승 목표 수준(2.0℃)을 지키더라도 남극의 해빙 현상은 결국 평균 2.5미터의 지구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 시간) 네이처지에 게재된 연구 논문 '남극 대륙빙하의 히스테리시스'를 인용해 남극 해빙이 이번 세기를 넘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며, 이런 현상은 불가역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논문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채택된 온도 상승 한계치인 2℃가량 온도가 올랐다가 다시 떨어져도 결빙을 가로막는 자체 메커니즘 때문에 초기의 얼음 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앤더스 레버만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준수해도 해수면 상승은 피할 길이 없으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더욱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우리는 미래에 미국 뉴욕을 물에 잠기게 한 세대로 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이다.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김아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