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용 헬기를 구조구급용 소방헬기로?

2013-07-31 11:54:31 게재

충남도, 수리온에 입찰자격 부여 … 안전성 검증 안돼 논란

구조구급 소방헬기 구입을 추진 중인 충남도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입찰자격을 부여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KAI가 자체 개발한 헬기 '수리온'은 전투용으로 개발돼 장착할 구난구조장비 개발이 되지 않은 데다 아직까지 충분한 안전성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충남도에 따르면 도가 지난 1월 소방헬기 구입계획을 세우고 헬기 수입·개발사에 입찰의향을 확인한 결과 각각 유로콥터와 벨을 수입하는 업체 2곳과 국산헬기 개발사인 KAI가 입찰의향을 보였다. 문제는 이 중 안정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수리온에 대해 입찰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수리온은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KAI가 2006년부터 개발해 올해 초 양산체제에 들어갔고 지난 5월 처음으로 육군에 실전배치한 상태다. 그만큼 검증기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국방산업 관계자는 "한국군은 전차와 이지스함 같은 육·해상 무기는 독자개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공중전 무기의 기술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평가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구조구난 장비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소방헬기 전문가들도 수리온의 소방헬기 도입을 우려한다. 한 소방헬기 전문가는 "외장형호이스트(긴급구조장비), 소화물탱크, 환자이송장비(의료설비) 등이 개발되지 않았고 형식인증도 받지 않은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구급 관련장비 개발에만 몇 년이 걸리는데다 인증을 받는데도 5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구매사업 초기에는 소방본부 실무선에서도 수리온 입찰자격 부여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소방용으로 사용하는데 필요한 통신장비가 없고, 정비 서비스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민간회사 헬기운항정비실장은 "안전성 검증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리온을 민간에 실전 배치하는 것은 안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충남도는 수리온의 입찰자격 부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문호 충남소방본부장은 "도가 마련한 입찰규격안에 따라 수리온도 이번 입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8월에 공개할 입찰규격안은 민간전문가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규격안 심의위원회에서 3차례나 심의를 거친 만큼 절차상 문제는 없다"며 "국토교통부와 방위사업청 등에서도 수리온 입찰자격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KAI도 수리온을 개발하면서 그간 수입에만 의존하던 경찰청, 소방방재청, 산림청 등에서 사용하는 관용헬기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미 경찰청에 2대를 납품했고, 산림청 역시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헬기인 만큼 막대한 외화유출 방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가 보유하고 있던 소방헬기는 지난 2011년 3월 서산 가야산 주변 산불을 진압하다 추락했다. 이후 도는 새 헬기를 구입하기 위해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김신일 기자 kc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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