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익배분제' 도입 가능할까

완강했던 박근혜정부도 '프로젝트별 이익공유방식' 동의했다

2021-01-21 10:54:05 게재

산자부, 통상마찰·재산권 침해 등 내세워 반대

민주당 "이사회 동의한 자율적 계약, 문제없다"

입법조사처 "협력이익배분제 근거 마련해야"

뜨거운 감자인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해 보수정부였던 박근혜정부에서도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이다가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위탁업체)과 하청(수탁업체)이 원가절감, 품질개선, 생산성향상, 경영혁신, 인력양성, 부품국산화, 신기술·공정·제품 개발, 공동마케팅, 해외사업 공동수주 등 다양한 과제를 선정해 계약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기로 한다면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성과공유제가 수탁업체(하청)의 성과 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춰 계약하는 것을 위탁(원청)-수탁업체의 공동목표로 위탁 업체의 이익 확대까지 포함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수진영에서도 동의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12월에 당시 새누리당 소속 강기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생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는 데에 당시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이 법안은 "수탁·위탁 기업이 미리 맺은 계약에 따라 추진한 프로젝트나 계약단위별 협력사업의 결과물인 위탁기업의 협력이익을 수탁기업과 공유하는 '협력이익배분제'를 법제화하려는 내용이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정의당의 고 노회찬 의원은 같은 취지로 '이익공유제 도입'을 포함한 상생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산자부 "도입돼선 안된다" = 2013년 4월 국회 상임위 검토보고서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는 협력이익배분제 도입에 납품대금 지급 등 보상이 이루어진 이후, 최종 이익을 협력사에 추가 이전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어 국내외 주주, 투자자, 종업원 등의 이익침해에 따른 반발과 법적문제(배임 등)가 야기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시장경제 질서와 조화되기 어려우며, 중소기업의 혁신성과와 그에 따른 보상 간의 직접 연계성이 불분명하여 무임승차의 여지가 있어 중소기업의 혁신동인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2016년 조배숙 의원의 '협력이익배분제 도입' 법안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다수 협력사가 모두 동의하는 목표수익(또는 수익배분 기준)과 이익배분기준(기여도)을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내놨다.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2016년과 2017년 국회 산자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박근혜정부 산자부는 '통상마찰'을 또다른 반대이유로 추가했다. 20대 국회 초반인 2016년과 2017년에 김경수, 심상정, 조배숙, 정재호 의원이 초과이익공유제와 협력이익배분제 도입을 담은 법 개정안을 각각 내놨다.

2016년 11월 8일 산업통상자원위 법안소위에서 산자부 정만기 1차관은 "초과이익공유제든 협력이익배분제든 이것은 도입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첫 번째는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걸로 판단이 된다. 두 번째는 (하청)업체들은 대기업에 납품을 해서 그게 팔림으로 인해서 계속 수익을 얻는 건데 대기업이 수익을 낸 걸 또 자기네가 더 가져가겠다, 이중으로 이익을 확충하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이어 "(1차, 2차, 3차, 4차 하청기업들이 같은 방식으로) 줄줄이 이익을 다 가져가야 될 거다. 계산하기도 힘들고, 특히 대기업 입장에서는 외국 업체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업체들로부터 납품을 받아서 조립해서 생산해서 판매를 하는데 이게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기여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옛날 소련에서 계획경제상의 가격을 설정하는 것처럼 복잡한 수식과 산식이 있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것을 우리가 하는 것은 우리 경제체제 내에서는 적정하지 않다는 게 산업부 입장"이라고 했다. 또 "어떤 대기업이 협력이익배분제를 해서 배분했다고 한다면 국내 중소기업은 아마 혜택을 보겠지만 외국의 수많은, 납품하는 다른 기업들한테는 주지 않는 거니까 거기서 문제가 생긴다"며 '통상마찰'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주들 권리,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외국주주들이 자기 이득을 침해당한 것 때문에 소송이 될 거고, 그게 정부에 전달이 돼서 통상 문제로 제기가 되고 이렇게 돼서, 그리고 이건 투명한 배분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통상마찰이 생긴다"고도 했다. "(세계에) 입법례가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 '융단폭격' = 새누리당 의원은 산자부 의견에 맞장구를 치는 수준이었다. 민주당 등 진보진영 의원들은 이사회 합의 등을 들어 산업부의 반대입장을 강도높게 반박했다. 조배숙 의원은 '헌법정신 위배' 주장에 대해 헌법 119조2항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과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또 사유재산권 보장(23조1항) 주장에 대해서는 같은 조 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이익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맞섰다. 이어 "강제적으로 다 이렇게 나눠야 된다, 그게 아니고 대기업과 그 해당 기업에서 약속, 자율적으로 합의해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강제사항이 아닌 인센티브로 시행하므로 시장질서와 배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원식 의원은 '입법례가 없다'는 부분에 대해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처럼 양극화가 그렇게 심각한가. 중소기업이 이렇게 몰락돼 있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헌법 원리 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에 있어서 사유재산권 침해하고 있는 면이 있다"면서 "그것은 갑을관계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다. 그것은 왜 보호를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통상 마찰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상 마찰로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 주면 되는 것"이라며 "통상 마찰 우려 때문에 못 한다, 이것은 대기업 보호 논리"라고 강조했다.

2017년 2월 14일 법안소위에서 해법이 나왔다. 홍익표 의원이 "외국계 주주가 우리가 더 주주 이익을 가져갈 건데 성과공유제나 협력이익제로 인해서 자기의 배당이익이 줄어들 것 같다라고 해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추가되는, 기대되는 조세 감면이나 이런 혜택이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고 하면 이게 절대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만기 산자부 차관은 "그것은 동의한다"며 "만약에 협력 이익의 대상이 특정 프로젝트이고 거기에 가담한 기업이 명확하게 구별된다면 그것은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성과공유제를 약간 확대한 개념"이라고 했다.

성과공유제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입법조사처도 제안했다. 2018년 '성과공유제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보고서를 통해 입법조사처는 "위탁기업의 성과도 성과공유제의 공유대상이 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위탁기업도 공동목표 달성 주체가 될 수 있고, 위탁기업에 발생한 성과도 공유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수탁·위탁 기업의 협력 성과로 위탁기업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였다면, 이를 수탁기업과 공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며 "성과공유제 틀 내에서 협력이익배분제가 시행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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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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