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전 회장

"아우스빌둥 사회 이동성 높여"

2021-04-20 12:05:29 게재

자율주행, 빅데이터, IT, 인문사회계열로 확대 추진

"2015년 서울 영등포 노량진 고시학원 원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노량진에서 매년 10만명이 교사·공무원 임용시험 등을 준비하는데, 1년에 5000명이 시험에 합격하고 나머지 9만5000여명은 패배자가 된다고 한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한해 1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한다."

사진 한남진

김효준 BMW그룹 코리아 전 회장의 말이다.

9일 열린 한독경상학회 학술세미나에서 그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날 최 선 한독경상학회 회장(한양사이버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등 10여명 회원들과 함께 인터뷰를 했다.

김 전 회장은 "젊은이가 꿈을 갖지 못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그 책임을 사회를 탓하거나 누구에게 미룰 수 없었다"면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활성화돼 있는 독일의 산업구조와 이원화 교육제도가 늘 부러웠다. 아우스빌둥을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에 메르체데스·벤츠 코리아를 설득했다. 한독상공회의소도 함께했다.

2017년 3월 6일 아우스빌둥 한국 도입을 결정하고 다음달인 4월 특성화 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 등의 자동차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첫 훈련생을 모집했다.

김 명예회장은 "신입직원의 생산성을 85%까지 높이는 데 4년이 걸린다"면서 "아우스빌둥을 한국에 도입하면 3년 동안 교육을 이수한 숙련인력을 실무에 곧장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우스빌둥은 경력경로에서 비롯된 사회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사회적 이동을 할 수 있다."

그는 덕수상고 출신이다. 18세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40여년 전부터 외국계 회사를 다니다 1995년에 BMW코리아로 옮겼다. 그는 국내 BMW 판매 1등을 물론 전세계 현지법인 가운데 1위를 했다. 2000년에는 전세계 현지법인 중 처음으로 현지인 사장이 됐다.

그는 직장을 다니며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경영학 석사와 한양대 국제경영전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명예회장은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을 발굴해 부품을 BMW 본사에 납품을 하도록 해서 국내 다수 중소기업의 수출 길을 열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자동차부품 기업 500여곳을 발굴했다. 현재 계약금액만 34조2000억원에 달한다.

2014년 그는 재임시절 본사를 독일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인천 영종도에 'BMW 드리이빙 센터'를 유치했다.

김 명예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해왔다. 'BMW코리아 미래재단'도 설립했다.

재단은 초등학생 과학 창의교육을 위한 BMW 드라이빙센터 '주니어캠퍼스'(수도권)와 11.5t 트럭을 개조한 모바일 '주니어캠퍼스'(비수도권)을 운영하고 있다.

'영 엔지니어 드림'을 통해 청소년에게 1년간 멘티와 멘토가 함께하는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넥스트 그린'을 운영해 자연과 생태 과학기술 뿐 아니라 철학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콘텐츠로 어린이들의 친환경 리더로 성장을 돕는다.

'세일즈 매칭 기금'도 만들었다. BMW 차량이 1대 판매될 때마다 BMW그룹 코리아와 BMW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BMW 공식 딜러사에서 각각 1만5000원씩 기부해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한독상공회의소 독일계 회원사 500개, 프랑스계 회원사 220개에 더 많은 아우스빌둥 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현재 자동차 정비에서 자율주행 IT 빅데이터 등으로 확대는 물론, 인문사회계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펼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첫 수료생이 나오고 삼성, 현대, 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참여하면 가시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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