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K-증거수집제도 도입 잰걸음

2021-06-10 11:01:19 게재

중소벤처업계 만나 설명

반도체업계 일부 반대

K-증거수집제도 도입을 위한 특허청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김용래 특허청장과 정연우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무역협회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등 업계를 연이어 만났다.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김용래(가운데) 특허청장은 9일 경기도 분당에 있는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 LED) 전문기업 유버를 방문해 한국형 증거수집제도 개선을 위한 특허법 개정 의견수렴 간담회를 갖고,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특허청 제공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는 K-디스커버리로 불린다. 증거수집제도는 지식재산 침해소송에서 증거확보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전문가 사실조사 도입과 유명무실한 기존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법원이 전문가를 지정해 기업 현장에서 특허침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고의적인 증거 훼손 등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 내용이다.

증거수집제도는 기술혁신 중소벤처기업들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중소벤처업계는 증거수집제도가 도입되면 소송역량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도 특허침해 입증이 수월해져 기술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벤처기업협회가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41개사 중 110개사(78%)가 찬성했다. 반대는 1.4%에 불과했다.

특허청이 지난해 1월 실시한 '최근 5년간 특허침해소송에서 증거확보절차 이용실태' 조사에서도 특허침해소송 경험이 있는 기업 중 88%가 '증거수집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침해 행위가 상대방 공장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변호사 67%는 자료교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증거 부족으로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장기간 소송은 중소벤처기업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허침해 소송의 경우 보통 1심만 16개월 걸린다. 대법원 최종심까지는 3년 이상 소요된다. 사실확인과 증거확보가 빨라지면 소송종결도 빨라져 기업부담이 줄어든다. 실제 미국은 정식재판 청구사건의 80% 이상이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화해나 취하로 종결된다.

특허청은 증거수집제도 도입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올해 안으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청장은 올 신년사에서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아이디어 탈취행위 범위 확대 및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지식재산 침해로 얻는 이익보다 침해로 잃는 손해가 크도록 지식재산 법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반도체업계는 증거수집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외국 특허괴물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다는 게 이유다.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하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열린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현장간담회에서 반도체 장비업체 오로스테크놀로지의 이준우 대표는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을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장비 1세대 기업 대표는 "특허침해로 수많은 중소벤처 기술혁신기업들이 무너졌다"면서 "어떤 이유로도 지식재산을 가로채는 행위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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