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경찰서 실종수사팀 김동완 경감·이유빈 경장

실종 예방 돕는 '세이프깔창' 개발

2021-06-16 11:32:07 게재

조기 발견·수사팀 팀플레이 중요

"치매환자나 지적장애인은 단순 배회나 실종이 사망 등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세이프깔창과 배회감지기를 들고 있는 양천경찰서 실종수사팀 이유빈 형사(좌)와 김동완 팀장 사진 양천경찰서 제공


14일 만난 서울 양천경찰서 실종수사팀 김동완 팀장(경감)의 말이다. 김 팀장은 같은 팀 이유빈 형사(경장)와 함께 실종예방에 활용하는 세이프깔창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세이프깔창은 치매환자나 지적장애인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추적기 '스마트지킴이-배회감지기'를 신발에 장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배회감지기는 경찰청이 2017년부터 도입한 실종위험군을 위한 GPS 기반 위치 추적 장치로 앱과 연동해 손목에 차는 기기다. 착용자의 이동 경로가 표시되고 안심존을 설정해 이 구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치매환자나 발달장애인 가족이 시중에서 구매도 하는 제품이다.

이 기기의 단점은 착용자가 거추장스러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치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김 팀장과 이 형사는 올해 1월 신발에 위치 추적기가 일체형으로 설치된 제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발에 착수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탈·부착이 가능한 기존 배회감지기를 깔창 홈에 끼우는 방식을 생각해 냈다. 이때 실종자의 습성을 잘 아는 이 형사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디어는 빨리 실현됐다. 적당한 깔창을 찾아 마트를 돌아다녔고 부산에 위치한 깔창 회사까지 연락이 닿았다. 회사 사장님은 취지를 듣고 저렴한 가격에 시제품을 보내왔다. 2월 중순 샘플을 받아보고 50개를 주문했다. 이튿날 택배로 받은 제품은 바로 적용에 들어갔다.

효과가 나타났다. 돌봐줄 사람이 없었는데 세이프깔창을 신고 나가면 앱을 통해 동선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된다는 지적장애인 가족이 있었다. 핸드폰이나 시계를 전혀 착용하지 않던 아버지를 이제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는 딸의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다. "치매 부모님이나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꼭 필요한 장비"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김 팀장은 "최근 3년간 양천구 실종 신고가 지적장애인 190건, 치매환자 277건으로 이 중 2회 이상 신고된 건수는 191건"이라며 "지적장애인의 경우 발견까지 48시간, 치매환자는 7시간이 소요되는데 배회감지기를 착용하면 발견이 50분으로 단축된다"고 말했다.

좋은 평가에 힘입어 양천경찰서는 양천구청과 배회감지기를 558대로 늘리는 협약을 11일 체결했다. 손목형 감지기에 세이프깔창을 추가해 원하는 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실종사건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느낌으로 실종자 행동 패턴을 예상할 수 없어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며 "세이프깔창을 만드는데도 팀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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