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규모 5.18기록물 전산화 입찰 잡음

2021-09-02 11:43:28 게재

5.18 기록관 "시의원 입찰에 개입"

시의원 "평가위원 구성 문제 많다"

광주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광주시의회 A시의원이 90억원 규모 5.18 기록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 사업자 선정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록관은 A시의원이 특정업체를 돕기 위해 배점기준 변경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A시의원은 사업자를 선정하는 예비 평가위원 구성에 문제가 많다며 행정조사 등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기록관은 지난 6월 문서나 사진 등으로 보관된 5.18기록물을 통합 관리하는 DB사업 사전 공고 및 제안서 등을 조달청에 올렸다. 사업 규모는 1차가 21억4200만원이며, 추가로 90억원까지 진행된다.

업계에 따르면 1차 선정 업체가 추가 사업에도 유리하다. 당시 제안서에는 '당해 사업의 정보화 전략계획(ISP) 등 기획용역을 수행한 자가 (입찰에) 참여할 때는 평가 등급보다 한 단계 하위 등급의 점수를 부여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이 조항으로 인해 지난해 9월 기록관 ISP 용역을 수행했던 지역 업체 B사가 감점받을 처지에 놓였다. B사는 곧바로 A시의원에게 민원을 냈고, A시의원은 기록관 간부 등에게 해당 조항 삭제를 종용했다. 압박에 못 이긴 기록관은 결국 이 조항을 뺀 채로 수정 공고를 냈다. 기록관 간부는 "A시의원이 B업체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점 조항 삭제와 지역 업체 가점 등을 요구해 빼게 됐다"고 말했다. 입찰 업무를 맡은 기록관 관계자는 "입찰 때는 참가업체가 기록관을 방문하면 안되는데도 B사 관계자가 찾아와 제안서를 대신 써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A시의원은 "지역 업체를 돕자는 차원에서 조항 삭제를 얘기했을 뿐"이라며 "그 조항은 소프트웨어 기술성 평가기준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B사 관계자도 "ISP 용역 때 제안서를 써주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 기술성 평가기준 적용가이드에 따르면 ISP 감점 조항은 2017년까지 포함됐다가 2019년 삭제됐다.

입찰에는 B사가 참여한 컨소시엄과 C사 등이 참여했다.

지난 10일 이뤄진 제안서 평가결과 B업체 컨소시엄이 큰 점수 차이로 탈락하자 이번에는 '보복성 감사 논란'이 불거졌다. A시의원이 평가위원 명단과 배점표 공개 등을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기록관은 '행정안전부 낙찰자 결정기준 예규'를 들어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예규에 따르면 평가위원 실명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자 A시의원은 지난 1일 열린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행정사무감사 등을 언급하며 엄포를 놨다. A시의원은 "예비평가위원 모집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어 명단 공개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기록관은 지난 7월 평가위원(7명) 3배수인 21명의 예비 평가위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모집 과정이 석연치 않다. 본지가 입수한 예비 평가위원 명단에 따르면 기록관은 예비 평가위원 모집을 위해 1~2차로 나눠 대학 등에 참여 공문을 보냈는데, 공문 수신처와 관계없는 기관 및 단체 직원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해당사업과 관련 없는 영산강환경청 관계자도 들어가 논란을 키웠다.

기록관 관계자는 "5.18 기록물의 역사성 등을 고려해 전문가를 모시려고 노력했다"면서 "공문과 관계없는 예비 평가위원을 뽑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광주시는 A시의원 요구에 따라 2일부터 기록관을 행정조사하고 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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