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곧 기술에서 미국 제친다"

2021-12-10 11:05:41 게재

슈미트·앨리슨, WSJ 기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빌 번스 국장은 올해 10월 2개의 특별기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나는 중국에 초점을 맞춘 기구, 또 다른 하나는 최첨단 기술에 초점을 맞춘 기구다. 이는 21세기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협이 바로 중국이라는 점, 그리고 미중 경쟁이 펼쳐질 주요 전장이 최첨단 기술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기술경쟁에서 미국을 이길 수 있을까.

구글 전 CEO인 에릭 슈미트와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유명한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기고에서 "최첨단 기술 영역에서 중국이 곧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미국 하버드대 산하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최신 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이례적인 기술적 도약을 이뤘고, 기술 전분야에 걸쳐 미국과 대등한 경쟁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인공지능과 반도체, 5G무선통신망, 양자정보과학, 바이오과학, 녹색과학 등 21세기 기초기술에서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영역에선 이미 글로벌 최정상에 올라섰다.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50%를 생산했다. 미국은 6%에 그쳤다. 미국이 1개의 태양광패널을 제조할 때 중국은 70개의 패널을 쏟아낸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미국의 4배다. 5G 기지국 구축량은 9배나 많다. 5G 통신망 속도는 5배나 빠르다.

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은 향후 수십년 동안 한 나라의 경제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주요 영역에서 이미 미국을 앞섰다. 2021년 봄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30년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기술리더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박사학위 취득자의 숫자는 급증 추세다. 2025년이면 미국보다 2배 많은 박사를 배출한다. 벨퍼연구소는 "안면인식이나 음성인식, 핀테크 등 실용적인 AI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확실하게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은 반세기 주도권을 쥔 반도체 분야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입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중국은 곧 2개 주요 영역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태세다. 바로 반도체 조립과 설계다. 이미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미국을 능가했다. 1990년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 비중은 1%도 안됐다. 하지만 현재는 15%에 달한다. 반면 미국 비중은 37%에서 12%로 급감했다.

미 국방부의 '국방혁신자문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4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경제적, 군사적 이점을 누렸다"며 "하지만 5G 시대를 맞아 중국이 이를 탈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95만개의 통신기지국을 구축한 반면 미국은 10만개 기지국 구축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억5000만명의 중국인들이 평균 초당 300메가비트 속도로 5G 스마트폰에 접속한 반면, 미국의 경우 600만명의 가입자가 평균 초당 60메가비트로 5G에 접속했다. 저자들은 "미국의 5G 서비스 공급기업들은 인프라 구축보다 광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미국은 항공과 제약, 나노기술 등에서 중국에 한발 앞서 있다. 그리고 중국이 발빠르게 추격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다. 올해 6월 미상원은 초당파적인 찬성으로 '미국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다. 향후 5년 동안 2500억달러를 투입해 과학기술에 대한 글로벌 패권을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하원에서 계류된 상황이다.

저자들은 "미국이 2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원동력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술적 동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미국이 그때처럼 과학기술을 동원할 수 없다면 중국은 곧 미래의 기술을 지배하게 될 것이고, 그 기술이 창출하는 경제적 기회를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