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오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의

2022-02-09 11:09:59 게재

조건부 승인 관측 유력

운수권 재배분 등 쟁점

최종결과 다음주쯤 발표

해외 경쟁당국 판단 변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여부가 사실상 9일 결론 난다. 가격 인상 우려가 큰 일부 노선의 운수권 재배분 등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우리 경쟁당국이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이 불허한다면 합병이 무산된다. 공정위의 합병 심사 최종결론은 내주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한 승인 여부를 심의한다. 공정위는 이날 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조성욱 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열고 두 회사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한 뒤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과는 이날 바로 공개되지 않고 수일 내 발표될 전망이다.

앞서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가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의 조건을 이행하면 결합을 승인하겠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 말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여객 노선 중 △인천-LA △인천-뉴욕 △인천-장자제 △부산-나고야 등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 10개를 포함, 상당수 노선에서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두 회사가 결합하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조건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가 보유한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 중 일부를 반납하고, 잔여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이 없는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에 대해서는 운수권을 반납해 재배분하는 방안을 합병 조건으로 거론했다. 또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 '구조적 조치' 이행 전까지는 두 회사에 운임인상 제한, 공급 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를 부과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심사보고서를 3주간 검토한 뒤 지난달 말 의견서를 작성해 공정위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공정위 제시 조건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심의는 공정위 심사관과 대한항공 측이 제시한 결합을 위한 세부 조건과 관련해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위원들이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론을 확정한다고 해도 두 회사의 결합이 바로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승인하더라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해외 경쟁 당국에서 불허한다면 두 회사의 결합은 무산될 수 있다.

한편 싱가포르 경쟁당국인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했다. CCCS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싱가포르 경쟁법상 금지되는 거래가 아니다"고 밝혔다. CCCS는 지난해 7월 이래로 항공 산업 규제기관, 경쟁사, 소비자 포함 150여 이해 관계자로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기업결합 신고에 대한 의견 청취를 한 바 있다.

CCCS는 여객 부문에서 싱가포르 항공 등 경쟁 항공사의 경쟁압력 등에 의해 가격인상 가능성이 낮고, 화물 부문에서도 싱가포르 항공 뿐 아니라 경유 노선을 통한 화물항공사 및 잠재적 경쟁자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상당하며 초과 공급 상황 등에 의해 경쟁제한 우려가 낮다고 판단해 양사 기업결합에 대해 대해 무조건적인 승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래 현재 필수신고국의 경우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또 임의신고국가의 경우 이번 싱가포르를 포함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으며, 필리핀 경쟁당국으로부터도 신고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종결한다는 의견을 접수한 바 있다. 다만 필수신고국가인 미국과 EU, 중국, 일본 임의신고 국가 중 미승인 상태인 영국, 호주 경쟁 당국의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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