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50조원 추경 어렵다" 판단한 속사정

지출구조조정 아무리 졸라매도 10조원 넘기기 어려워

2022-03-28 10:50:51 게재

가용재원 3~4조원대 그쳐

뉴딜예산은 청년지원 중심

일자리 악영향 줄 가능성

오늘 회동 절충안 나올까

기획재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에 따라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가능한 지출 구조조정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난관이 예상된다. 결국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방법밖에 없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는 추경안 제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50조 추경안 편성 어렵다│기획재정부는 윤석열 당선인측의 50조 추경 편성 요청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중 추경안 제출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국제회의실에서'대내외 주요 리스크 요인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검토해봤지만 '50조 어렵다' = 28일 기재부 관계자는 "윤 당선인측이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50조원의 추경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저녁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으로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체 추경 규모도 조금 줄이고, 지출구조조정도 일부 하고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20조~30조 규모의 추경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도 추경편성에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이같은 절충에 힘을 싣는다. 다른 관계자는 "가급적 빠른 시간내 2차 추경을 편성하자는 여야 공감대가 모아지고, 오늘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에서 의견이 모아진다면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기재부는 최근까지 내부적으로 2차 추경 재원 확보를 위한 지출 구조조정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4일 기재부 업무보고 때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검토 결과 지출 구조조정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인수위 요청을 만족할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뉴딜예산도 감축 쉽지 않아 =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연내 집행이 어려워진 예산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 중 진행이 이뤄지기에는 어려운 항목이 대부분이다. 계획된 사업 일정이 연기됐다거나 갑작스러운 여건 변화로 집행을 못하게 되는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해야 지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예산에 함부로 손을 대기에는 명분이 부족한 실정이다. 4개월 전 국회가 합의해 통과시킨 예산안이기 때문이다.

'재량지출' 가운데서도 경직적인 지출인 인건비나 국방비를 제외하면 조정이 가능한 부분은 100조원 내외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해 예산은 이미 재량지출 대폭 감축을 전제로 편성되어 있어 추가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구조조정이 가능한 규모는 재량지출의 5~10%인 5조~10조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수위가 거론하는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인 '한국판 뉴딜 사업'도 실제 감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34조원의 예산 중 1/3가량인 11조1000억원이 '휴먼 뉴딜'에 책정되어 있다. 한부모·장애인 돌봄 격차 해소, 청년 자산형성 지원, 근로자가 아플 때 쉬면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일부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시범 사업 등에 쓰일 예산이다.

이 예산을 삭감하면 수혜 대상자인 사회적 소외계층의 복지혜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 예산집행 과정에서 기대됐던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아 또 다른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비대면 인프라 확충이나 그린 스마트 스쿨 추진 등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지는 디지털·그린 뉴딜 사업 예산을 손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예산 역시 예산이 집행되기로 한 지역이나 학교 등 수혜예상층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삭감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오늘 회동이 고비 = 지난해 초과 세수로 발생한 세계잉여금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 가능 규모는 크지 않다. 관련 법에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4월 결산을 거쳐 지방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에 사용한 뒤에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8조원의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중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돈은 3조4000억원 정도다. 5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회계 세계잉여금도 근거 법령에 따라 자체 세입 조치를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결국 50조원으로 책정된 2차 추경 재원 가운데 부족한 부분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연초부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국채시장에 돌아가는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전체 추경 규모를 줄이고, 일부 지출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10조 안팎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수준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의견을 모은다면 20조~30조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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