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손실' "정부, 보상의무 없다"

2022-05-31 11:25:43 게재

헌법소원 각하 … "재산상 손실 위험 예상"

대북 투자사업에서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고 해도 그 투자는 위험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국가에 보상을 위한 입법 의무가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북한 신규 투자를 불허하고 투자 확대를 금지한 2010년 5.24 대북 조치로 재산상 손해를 본 개성공단 사업자를 위해 정부가 보상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개성공단 사업자가 5.24 대북조치로 재산상 손실을 입었는데도 보상입법을 제정하지 않아 재산권을 침해받았다며 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고 31일 밝혔다.

입법부작위(입법하지 않음)는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으로 법령 입법을 위임했음에도 이를 입법부가 법으로 만들지 않은 경우를 가리키는데, 헌재의 각하 결정은 입법 의무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적법한 헌법소원이 아니라는 취지다.

청구인 A씨는 2007년 개성공단 내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기 위해 사업부지 토지이용권을 분양받았다. 이 사업부지 지상시설 설계비로 1억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A씨는 2010년 천안함 사건에 이은 정부의 5.24 조치로 토지이용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 확정된 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헌법 23조 1·2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재산권 제한을 보상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할 의무를 지우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북한에 대한 투자는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당초부터 있었고, 경제협력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자기 책임하에 사업 여부를 결정했다"며 "위험성이 이미 예상된 상황에서 발생한 손실에까지 보상 입법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또 "정부는 협력사업 추진 중 경영 외적인 사유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보상규정을 둬야 할 입법의무가 도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지난 1월 27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남측 인원 전원 철수 결정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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