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동강 녹조 문제의 심각성

2022-06-27 11:04:50 게재
이승준 국립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조교수

강 호수 등 민물에서 발생하는 '녹조'는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 남조류 또는 남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세균(bacteria)이다. 35억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고 현재의 지구 대기 조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런 시아노박테리아가 왜 골칫덩어리가 되었을까?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전세계 주요 강 호수 저수지에서 녹조가 발생한다.

인간들이 물 생태계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부영양화, 기온 및 수온의 상승, 염류의 증가, 유속의 변화 등으로 인해 시아노박테리아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녹조는 물의 탁도를 나쁘게 하며 물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과 인접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패류 폐사 등 수중생물에게 악영향을 준다.

녹조를 발생시키는 30여종의 시아노박테리아는 '시아노톡신(cyan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대표적인 독성물질에는 △아나톡신(anatoxin) △실린드로스퍼몹신(cylindrospermopsin)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노둘라린(nodularin) △삭시톡신(saxitoxin) 등이 있다.

시아노톡신에 노출되면 피부 발진, 감기 유사 증상, 구토, 호흡곤란, 소화장애, 복통, 간 및 신장 손상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녹조에서 흔히 검출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대표적인 간 독소 물질(hepatotoxin)로 장기간 노출시 간의 손상, 염증 및 간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장 독성이 높은 마이크로시스틴-LR을 1ppb로 제한하며, 미국은 마시는 물의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영유아 0.3ppb, 성인 1.6ppb로 엄격하게 제한한다.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면 수돗물을 단수 조치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조리 과정에서 끓여도 파괴되지 않고 샤워할 때 코나 입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아노톡신에 노출될 수 있는 또 다른 경로는 수영 낚시 보트타기 등 수상레저 활동이다. 녹조가 가장 심한 여름철에 수상레저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레저활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시아노톡신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 오하이오주는 측정된 시아노톡신의 양에 따라 그 지역 호수와 강에서 레저활동을 자제하도록 하거나 금지한다.

최근에는 우리가 먹는 어패류나 농작물에서 시아노톡신이 검출된다는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녹조가 심한 지역에서 채취된 조개와 생선의 내장과 근육조직에서 시아노톡신이 발견된다. 녹조 물로 재배한 벼 밀 상추 무 당근 등 농작물에서도 시아노톡신이 검출되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의 연구를 포함한 최근 에어로졸 연구 결과를 보면 녹조가 심한 강이나 호수 인근에서 사는 사람들의 코에서도 시아노톡신이 검출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조류경보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녹조 측정의 방법이나 적극적인 녹조대응 조사가 아쉽다.

현재 4종의 유해 시아노박테리아 수를 측정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인체에 직접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녹조 독성물질인 시아노톡신을 측정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