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녹조독성 검출, 환경부 "안전한 물"

2022-07-29 11:04:45 게재

환경부 "이승준 교수, 정확도 낮은 분석법 사용" … 이승준 교수 "녹조가 현미경으로 보일 정도"

27일 대구MBC가 "낙동강 물로 만드는 대구 정수장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MBC는 21일 대구지역 주요 정수장 3곳으로 들어오는 원수와 정수를 마친 물을 채취해 부경대학교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협조를 받았다.

분석 결과 정수한 모든 물, 즉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매곡 리터당 0.281㎍(마이크로그램) △문산 0.268㎍ △고산 0.226㎍이 나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성인 허용 기준치인 1.6㎍에는 못 미치지만, 아동 허용치인 0.3㎍에 근접한 수치다.

26일 오후 창원시 본포취수장. 취수장 바로 위에서 진한 녹조띠가 형성돼 취수장 쪽으로 유입되고 있다.


◆환경부는 4종류 조류 독성만 검사 =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정수장 원수에서 채취된 유해남조류수는 밀리리터당 6130마리로 조류경보 '관심' 수준이었다.

반면 같은 물로 검사한 대구시 수질연구소 분석에서는 원수와 정수된 물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부경대 연구팀은 200여 종류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을 모두 합하는 검사방법을 채택했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공인 조사 방법이다.

대구시는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 독성이 특히 강하거나 비중이 큰 4가지 종류만 찾는 검사방법을 이용했다. 이 측정 방법은 환경부 지침에 따른 것이다.

27일 오후 대구국가공단 바로 아래 낙동강. 녹조띠가 너무 강해서 아예 덕지덕지 엉겨붙고 있다. 이 녹조는 결국 창원과 부산으로 흘러간다.


28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설명자료를 내고 "조류독소에 대해 수돗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서 사용한 엘리사(ELISA) 분석법은 미 환경보호국이 제시하는 조류독소분석법 가운데 하나지만, 표시한계(Reporting Level)가 0.3㎍/L로 0.3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엘리사(ELISA) 분석법은 분석시간이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정확도가 낮은 분석법으로, 조류독소의 유무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사용한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은 미국 환경보호국이 제시하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로 정확도가 높고,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호주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 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이용부담금 못 내겠다" 반발 =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28일 "미국은 4종의 마이크로시스틴만 측정하지 않는다"며 "환경부는 미국에서 도입한 기기만 사용했지 절대 미국에서 녹조 독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측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날 받은 원수는 현미경으로 도 녹조가 보일 정도였는데 대구시 수질검사에서 원수에 마이크로시스틴 불검출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두 방법을 모두 사용해서 녹조 독성을 측정해서 상호보완하는 게 맞다. 지금의 방법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27일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물이용부담을 내고 환경부는 이 돈을 낙동강 수질개선에 사용해 낙동강 수질을 2급수를 만들기로 약속했다"며 "그런데 지금 낙동강 본포취수장 칠서취수장 수질은 여름이면 녹조로 뒤덮이고 깔따구가 바글바글한데 이런 물을 받으면서 물이용부담금을 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본포취수장 상공을 드론으로 보니 취수장 입구로 진한 녹조띠가 그대로 유입되는 상황이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고압살수와 수차로 녹조 유입을 차단해도 취수문으로 초록색 낙동강물이 그대로 유입되고 있었다.

26일 창원시의회는 △창원시 정수처리시설 개선사업에 전액 국비 지원 △본포취수장 주변 퇴적토 등의 환경조사 △녹조가 창궐하는 여름철 보 수문 개방 △물 이용에 피해를 입은 진해지역 물이용부담금 면제 등을 요구했다.

낙동강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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