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첫 정책지원관 '기대 반 우려 반'

2022-08-17 11:09:08 게재

정원 808명, 내년 1843명으로 확대

초선 많은 곳일수록 지원기대 높아

투명성·전문성·실효성 논란은 여전

지방의회들이 올해 처음 도입된 정책지원관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법정 정원 808명 중 상반기에만 458명을 채용했다. 하반기에도 남은 정원 350명을 채용했거나 절차를 밟고 있다. 지방의회에 전문인력이 대거 수혈되면서 민선 8기 의정활동에 활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17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16개 시·도의회가 정책지원관 제도를 도입했다. 첫해인 올해 법정 도입정원은 의원정수의 1/4인 189명이다. 민선 8기가 시작되기 전인 6월 말 기준 경북 전남 등 11개 시·도에서 91명을 임용했다. 서울·부산·인천·경기·전북 5개 시·도는 민선 8기 들어 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군·구 의회도 정책지원관 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8월 제도를 도입한 광주 남구와 9월 도입 예정인 경기 의왕시를 제외한 224개 시·군·구에서 제도를 도입했다. 법정 채용한도는 619명이다. 6월 말 기준 133개 시·군·구가 368명을 임용했다. 나머지 93개 시·군·구는 민선 8기 들어 정책지원관을 채용하거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책지원관 채용규모는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를 합쳐 808명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다. 의원정수도 늘어난 데다, 정원도 의원정수의 1/2로 확대된다. 시·도 335명과 시·군·구 1508명 등 1843명이나 된다.

정책지원관 직급은 6급부터 9급까지 다양하다. 시·도는 올해 정원 189명 가운데 6급이 112명, 7급이 71명이다. 또 시·군·구는 정원 619명 가운데 7급 539명, 8급 58명, 9급 22명이다. 시·도는 6급 이하, 시·군·구는 7급 이하 직급을 채용할 수 있는데, 의회마다 역할에 따라 다양한 직급을 배정했다. 배치 형태도 다양하다. 의회 사무처·국·과 소속으로 두는 곳(광역 8곳, 기초 119곳)이 많지만, 개별 위원회 소속으로 둔 곳(광역 6곳, 기초 81곳)도 꽤 있다. 사무처(국·과)와 위원회에 혼합 배치한 곳(광역 2곳, 기초 18곳)도 있다.

정책지원관의 주요 역할은 의정자료 수집·조사·연구다. 또 집행부에 서류제출을 요구하거나 행정사무감사·조사 업무 등 의원들의 의정활동 전반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의정 경험이 부족한 초선 의원들의 활동에 도움이 기대된다. 민선 8기 지방의원 중 초선은 62%에 이른다. 광주시의회의 경우 전체 23명 가운데 17명이 초선이다. 다른 지방의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 초선 광역의원은 "경험 많은 선배 의원들이 없다보니 의정활동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정책지원관 제도가 도입돼 의정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책지원관이 지방정치의 새로운 등용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정책지원관을 통해 의정활동을 경험한 지역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대거 입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꾸로 낙선한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 경험을 살려 의원들을 보좌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실제 경북 경주시의회 정책지원관에 전직 시의원이 임용된 사례도 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벌써부터 인사권을 갖게 된 의장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소속 정당에서 입김을 넣는 경우도 있다. 의회 인사권 독립 첫해인 만큼 투명성 확보가 쉽지 않은 숙제다.

개인비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편법으로 운영해온 사설 보좌관을 양성화하는 수단이 됐다. 광주시의회에 채용된 정책지원관 5명은 시간 선택제 보좌관 출신으로 사실상 시의원 개인 보좌 역할을 했다. 이중 3명은 광주시의회에서 2명은 전남도의회에서 일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위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정책지원관의 전문성이나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며 "제도를 운영하면서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제도를 지역의 정치역량을 키우는 방안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그는 "채용 요건에 관련 학·석사 학위를 인정해줘 정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의 진출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경쟁구도를 만들면 정책보좌관의 역량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일 방국진 곽재우 이제형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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