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깡통위원회' 246개 폐지·통합

2022-09-08 09:50:38 게재

전체 636개 중 39%

지자체도 정비 속도

국회 법안통과 변수

정부가 필요성이 줄었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한 정부위원회 246개를 폐지하거나 통합하기로 했다. 전체 위원회 636개의 39%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위원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데다 국회에서 221개 법률을 개정해야 해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유사·중복, 운영실적 저조 등 불필요한 위원회 246개를 폐지·통합하는 위원회 정비방안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7월 5일 이른바 '식물·깡통위원회'를 전수조사하고, 30% 이상 정비한다는 목표를 국무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점검 결과 정부 내 상당수 위원회가 상호 유사·중복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위원을 위촉해 놓고 실제 회의는 거의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도 일부 있었다. 정비 대상이 된 위원회는 폐지되거나 비상설 회의체 등으로 전환돼 감소되는 위원회 166개(67%), 유사·중복 위원회 간 통합을 통해 감소되는 위원회 80개(33%)로 분류됐다.

소속별로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13개, 총리 소속 위원회가 21개, 부처 소속 위원회가 212개 감소된다. 부처별로는 거의 모든 부처가 당초 목표로 정한 '30% 이상' 정비를 달성했다. 농식품부는 65%, 해수부는 54%, 환경부는 52%를 감축했다. 국토부·교육부·국방부·국무조정실·문체부도 40% 넘게 정비했다.

행안부는 이번 정부위원회 정비를 통해 약 30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위원회가 모두 예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정비 대상 중 71개 위원회가 예산을 가지고 있다"며 "이 중 38개 위원회가 폐지되면서 약 200억원 정도의 예산 삭감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폐합 대상 위원회가 33개 있는데, 여기에서도 약 100억원 정도 예산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 정비를 위해 25개 부처의 221개 법률, 27개의 대통령령의 개정이 추진될 예정이다. 법령개정안은 각 부처가 이날부터 입법예고를 진행 중이다. 행안부는 이달 중 국무회의에 개정안을 일괄 상정할 계획이다. 이어 국회 개별 법률 소관 상임위원회로 분산돼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향후에도 위원회 정비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 설치하는 위원회는 반드시 5년 이내의 존속 기한을 규정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기관위원회법' 개정안도 함께 국무회의에 상정한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지자체들도 위원회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도는 7일 197개 위원회를 전수조사해 이 가운데 43개 위원회 정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전시도 224개나 되는 위원회를 정부와 동일한 기준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달 자체적으로 199개 위원회 가운데 55개의 통·폐합을 단행했다.

다만 위원회 정비를 위한 국회 논의가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벌써 국무총리실 소속 시민사회위원회가 폐지 대상에 이름이 오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반발했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령까지 고쳐가며 시민단체 지원을 끊겠다는 윤석열정부는 시민사회의 쓴 소리가 싫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다른 위원회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폐지대상이 된 한 위원회 위원은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전문가 검토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듯이 위원회를 정비할 경우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며 "단순히 폐지 위원회 숫자에 목매지 말고 법안 개정 과정에서 좀 더 심사숙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불필요한 위원회를 폐지한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국민통합위원회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신설됐다. 지방시대위원회도 설립을 준비 중이다. 법령으로 설치한 위원회는 아니지만 경찰제도발전위원회도 새로 만들었다. 정부는 이처럼 부처 훈령 등을 근거로 설치된 위원회는 이번 정비 대상에서 제외했고, 현황 파악도 하지 않았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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