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임기 내 착공은 국토부 자체 목표"

2022-12-06 11:09:22 게재

국토교통부,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밝혀 … 시민단체 "도라산고속도로 즉각 중단을"

국토부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문산~도라산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현 정부 임기 안에 착공해야 하므로 환경부 협의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이는 단순히 국토교통부 사업부서의 목표였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적정성 여부 감사보고서'(2022.11. 감사원)에서 밝혀졌다.
임진강~DMZ 생태보전시민대책위(임진강대책위)와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 5일 오전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행정절차 전 과정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사진 임진강대책위 제공


2020년 당시 내일신문 취재과정에서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주민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 사업에 청와대가 관여하거나 임기 안에 착공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담당자 2명이 협의의견 번복" = 감사원은 최근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임진강대책위)가 시민들 414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환경부의 전략환경평가 협의의견 번복과 관련해 판단기준이나 절차 등이 없어 업무담당자가 이를 판단했다"며 "번복 결정은 관련 전문가 4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토부와 환경부 담당자 둘이 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환경부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협의의견을 변경해서 국토부에 통보했다"며 "(환경부는) 이 건과 같이 전략환경평가시 고속도로 노선(대안) 협의의견을 변경해준 (같은)사례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이번 감사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의견 변경 등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이를 위해 환경부 국토교통부 한국도로공사 한국환경연구원 등 4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당초 협의의견 '장단반도 우회' = 국토교통부는 파주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문산~도라산고속도로를 추진중이다.

이 도로는 '평화대교'라는 이름으로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임진강을 관통하고 DMZ 남방한계선을 따라 장단반도 내 산줄기를 파헤치는 노선으로 계획됐다. 도로 종착지는 남북출입관리사무소가 있는 도라산역 앞이다.

환경부는 2020년 3월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에서 "임진강 수생태계가 훼손되고 민통선 내 지형변화가 심하다"며 "임진강을 하저터널로 통과하거나 기존 남북한 연결도로가 있는 통일로쪽 노선을 검토하라"는 협의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2020년 7월 "남북협력을 위해 현 정부 임기 안에 착공해야 하는데 환경부 요구대로 하면 처음부터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며 협의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계획노선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견서를 보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이에 대해 환경부는 2020년 8월 '남북협력 사업의 특수성 등으로 노선변경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계획노선에 따른 환경영향 최소화 및 갈등 해결을 위한 추가 대책을 병행·추진하도록 하는 조건을 부여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협의의견을 변경해서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환경부 협의의견에서 제시한 우회노선이 아닌 기본설계 노선으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환경영향평가법 취지 훼손' 우려 = 노현기 임진강대책위 집행위원은 "이번 감사 결과는 5683억원의 국비가 들어가는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중앙부처 담당공무원 두 사람이 번복했다는 것"이라며 "감사원도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임진강대책위는 5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은 감사 결과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토대로 시작하게 되는 환경영향평가 전체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 집행위원은 "정부는 환경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환경영향평가법 전반을 검토,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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