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관 5곳 모두 오색케이블카 '부정적'

2023-02-21 11:06:58 게재

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서

20일 '검토의견' 공개

"백두대간 핵심구역 내 지형훼손이 오히려 증가한다. 토공량 역시 8300㎥ 증가한다."(한국환경연구원)

"산양의 케이블카 설치 지역 회피가 가능하다는 양양군의 주장은 과학적 합리성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았고 적절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함."(국립생태원)

"상부정류장 구역설정은 '산양서식지 핵심구역'을 포함하지 않는 범위로 계획하라."(국립환경과학원)

"양양군이 케이블을 걸기 위해 세울 예정인 탑 상부의 풍속 자료 대신 1.3km 떨어진 중청대피소 자동기상관측장비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함."(국립기상과학원)

"상부정류장 면적이 확대(952.25㎡→2028㎡)됨으로 인하여 훼손면적이 증가될 우려가 높으므로, 훼손 면적을 최소화하는 저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국립공원공단)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2차보완서 검토에 참여한 외부전문기관 5곳 모두 '부정적' 입장을 냈다.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열린 오색케이블카 반대 집회. 원주청은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이다. 사진 남준기 기자


◆산양 서식지 훼손이 핵심 쟁점 =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환경영향평가 전문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이 환경부에 제시한 결론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을 포함, 환경부 소속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국립기상과학원 등 전문기관 5곳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을 고려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의 쟁점은 △산양 서식지 훼손 △아고산대 희귀식물 서식지 훼손 여부다.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은 백두대간 마루금인 설악산 서북주능 끝청봉 바로 아래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1급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다. 정부나 양양군도 이 일대가 산양 핵심 서식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양양군은 2차 보완서를 통해 산양 서식지 훼손 저감 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양서식지 핵심구역이 아닌 곳에 상부정류장을 만들라"는 의견을 냈다.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 '산양의 주요 서식지 내 삭도와 같은 시설물이 설치되는 것은 입지 타당성 측면에서 적절한 계획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움' 등이다.

아고산대 희귀식물 서식지 훼손 문제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은 "해당 지역은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개화하는 식물들이 많은데, (양양군) 추가조사가 8월 하순과 10월 중순에 이루어져 희귀식물 대부분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가는잎개별꽃 홀아비바람꽃 미치광이풀 금강봄맞이 자주솜대 등의 희귀식물이 재보완에서 확인되지 않고 이식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양양군이 수정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로는 식생 훼손이 불가피하고 저감대책도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 이번 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0일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한 전문기관들의 검토의견을 종합하면 한마디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라며 "산양 서식지가 파괴되고, 강풍에 의한 시설물 안전을 담보하기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한화진 장관은 기자간담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관되게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환경부는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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