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결국 '조건부 협의'

2023-02-27 10:57:49 게재

'상부정류장 규모 축소' 등 협의의견 통보 … 환경부 '전문검토기관 의견' 반영안해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결국 '조건부 협의'로 결론났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청장 김정환)은 27일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연구원은 "우리나라 국토환경 중 최우선 보전지역에 해당하는 설악산권역 내 실현가능한 보전대책이 충분하게 수립되지 않은 삭도 설치는 적절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사진은 설악산 권금성케이블카. 사진 남준기 기자


이 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백두대간 주능선인 끝청봉 하단을 연결하는 3.3㎞의 케이블카 설치사업이다. 2015년 8월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의 공원계획변경 '조건부 가결' 이후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돼왔다.

2019년 원주지방환경청 '부동의' 협의의견이 행정심판에서 뒤집히면서 양양군에 평가서를 재보완할 기회가 주어졌다.

설악산에 새 케이블카 설치가 허가되면 수십년 만에 육상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새로 놓이게 된다. 육상국립공원에 마지막으로 설치된 케이블카는 전북 무주군 덕유산리조트에서 덕유산 설천봉을 잇는 곤돌라다. 이 곤돌라는 1989년 허가돼 1997년부터 운영중이다.

오색케이블카 허가는 '국립공원 개발'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크다. 겹겹이 보호구역으로 묶인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추가될 경우 지리산과 무등산 등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계획이 모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안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을 포함, 환경부 소속 산하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국립기상과학원 등 전문기관 5곳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의 핵심 쟁점은 △산양 서식지 훼손 △아고산대 희귀식물 서식지 훼손 여부다.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은 백두대간 마루금인 설악산 서북주능 끝청봉 바로 아래 위치하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산양서식지 핵심구역이 아닌 곳에 상부정류장을 만들라"는 의견을 냈다. "산양의 서식지 적합도가 높은 공간에 시설물이 설치될 경우 산양 서식 및 번식에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산양의 주요 서식지 내 삭도와 같은 시설물이 설치되는 것은 입지 타당성 측면에서 적절한 계획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고산대 희귀식물 서식지 훼손 문제에 대해 한국환경연구원은 "해당 지역은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개화하는 식물들이 많은데, (양양군) 추가조사가 8월 하순과 10월 중순에 이루어져 희귀식물 대부분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가는잎개별꽃 홀아비바람꽃 미치광이풀 금강봄맞이 자주솜대 등의 희귀식물이 재보완에서 확인되지 않고 이식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양양군이 수정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로는 식생 훼손이 불가피하고 저감대책도 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번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후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후환경영향조사 기간을 사업 준공 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착공 이후 정기적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해 예상치 못한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정한 대응방안이 강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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