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K-패션 K-푸드 세계소비시장 강타

K-패션, 한류타고 세계인 홀릴 준비 끝

2023-06-13 11:50:19 게재

무신사 발빠른 일본공략 … 온·오프라인 해외진출 활발, 패션변방에서 중심으로

국내 패션·유통업체들이 한류를 등에 엎고 세계인을 홀리고 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단순 생산역할을 하던 패션 변방에서 자체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패션 선진국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글로벌 최첨단 패션시장으로 통하는 일본을 공략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진출 포석을 다져왔다. 무신사는 지난해 5월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온라인에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이며 미국 캐나다 태국 등 13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에는 300여개 패션브랜드가 입점해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 글로벌 진출에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무신사는 4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무신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 매장에 입장하려고 개점 전부터 일본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무신사 제공


일본에서는 오프라인 매장도 열고 일본 패션 마니아를 공략하고 있다.

4월 7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는 무신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곳에서 '아모멘트'와 '떠그클럽' '2000아카이브스' 등 국내 브랜드를 선보였다. 10일간 열린 행사에 3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무신사 관계자는 "방문객 90% 이상이 일본인으로 K-컬처와 K-패션을 즐기려는 이들이었다"며 "한정 판매 제품 일부는 품절됐다"고 말했다. 일본 패션업계는 한국시장 2배인 100조원에 이른다. 10년전만해도 일본 자국 패션에 대한 자부심으로 한국패션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K-팝, K-드라마, K-뷰티가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일본에서도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신사 글로벌스토어 기준 여성 가방 브랜드 '스탠드오일'과 캐주얼 패션 브랜드 '마하그리드' 4월 월간 거래액은 올해 1월대비 각각 6배와 16배 증가했다. 꽃 패턴으로 유명한 여성복 브랜드 '마르디메크르디'도 무신사 저팬을 통해 2021년 일본에 진출해 1년만에 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 마르디메크르디는 일본 내 매출이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세계가 오프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개점한 케이패션82 홈페이지. 사진 케이패션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해 9월 일본 등에 '지그재그 글로벌'을 설립했다. 입점 브랜드가 상품 정보를 등록하고 국내 물류센터로 상품을 보내면, 지그재그가 상품 정보를 일본어로 전환해서 해외배송을 해주는 식이다. 에이블리도 지난해 11월 일본 MZ세대 여성을 겨냥한 기존 플랫폼 파스텔을 '아무드'로 리뉴얼해서 약 200만개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 동남아 진출 활발 = K-패션은 동남아시장 공략에도 잰걸음을 내고 있다. 동남아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인접해 배송이나 문화적 측면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고 초기 단계의 시장이라고 볼 수 있어 잠재 소비력을 내재한 지역이다. 특히 동남아 지역 중에서도 태국과 베트남 지역의 패션·뷰티 성장성은 뚜렷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태국 패션시장 규모는 약 15억4200만달러(한화 약 2조47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패션시장 규모는 2019년 대비 14.7% 상승한 65억2000만 달러(한화 약 7조4610억원)로 추산된다.

패션그룹형지는 자사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내세워 동남아 시장 겨냥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태국 최대 유통기업 센트럴 그룹(Central Group)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동남아시아 및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 생산 공장에 리커버 프로젝트를 확장한다. 친환경 의류 생산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베트남VN(Vietnam VINA) 법인의 9공장을 탈바꿈해 리커버(Recover) 기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향후 9공장 바로 옆 부지에 신규 공장을 설립해 재활용 면 섬유 생산 시설을 완비할 방침이다. 한세실업은 글로벌 9개국에서 22개 법인 및 10개 사무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F&F가 운영하는 MLB는 지난해말 기준 19개 베트남 점포를 보유했다. 동기간 베트남에서 소비자 판매액은 340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최근 캄보디아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올해 상반기 중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도 추가 매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서 나날이 늘어나는 K-패션에 대한 수요는 한류 영향은 물론 제품력, 마케팅 등 자체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해외진출 활발 = 국내 유통업계도 발빠르게 K-패션을 세계 소비자에게 알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31일 K-패션 수출 중개 플랫폼 '케이패션82' 사이트를 열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비롯해 중소 패션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명칭의 '82'는 국제전화 시 사용되는 대한민국 국가 번호다. 신세계는 케이패션82를 시범 운영한 3∼5월에만 1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밝혔다. 솜씨 좋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신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들어 K-패션 브랜드 매장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롯데월드몰 매장을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체험형으로 꾸미며 K-패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아더에러'다.

롯데백화점은 2일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 플러그숍을 개설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목을 끌었다. 매장 넓이만 230㎡(약 70평)에 달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마네킹과 360도에서 소리가 나도록 디자인한 스피커를 설치해 공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3월 롯데백화점은 초대형 복합문화공간 '노티드월드' 매장을 열었는데,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부터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를 운영 중인 하고엘앤에프와 손잡고 K-패션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외국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외국인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50%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K-패션 대표 브랜드인 마르디메크르디 등을 입점하면서 K-패션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보수적이었던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있다"며 "올해 들어 중소형 점포로 K-패션 브랜드를 확대하면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팝 인기 편승 = K-팝도 K-패션을 확대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걸그룹 뉴진스가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일본 유명 패션지 '뽀빠이' 표지를 장식했다. 뉴진스는 공개된 화보를 통해 '서울 시티 가이드'(SEOUL CITY GUIDE)를 주제로 특별판 표지에서 꾸밈없고 수수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뉴진스는 화보 촬영과 함께 이번 호 주제인 서울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니는 "서울은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 곳"이라고 소개했고, 다니엘은 "데뷔하고 많은 경험과 꿈을 이룬 도시"라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일본에서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않았지만 한국 앨범 'OMG'로 오리콘 주간 합산 랭킹 정상을 차지했다. 8월에는 유명 음악페스티벌 '서머소닉 2023' 출연을 앞두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류를 등에 엎고 K-뷰티에 이어 K-패션이 세계 시장에서 주요 패션 브랜드로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며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들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공략에 동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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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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