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힌남노 참사 교훈 잊었나 … 지하차도 침수 매년 반복

2023-07-17 11:06:55 게재

집중호우로 사망·실종 54명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총체적 부실이 부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지하공간 침수로 인한 인명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경북지역 산사태로 인한 대규모 인명피해 역시 재난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보수색 시작한 해양경찰 |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해양경찰 대원들이 도보수색을 하고 있다. 청주 연합뉴스


17일 재난대응 전문가들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호우경보가 발령되고 4시간 30분이 지나도록 관계당국이 차량통제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뿐만 아니라 제방이 유실된 미호강은 환경부가 관리 주체인 국가하천이다. 특히 제방 유실 지점은 국토부 소속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강 교량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제방을 헐고 모래로 임시 제방을 쌓아둔 곳이다. 이 사고로 17일 9시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만 사망 13명, 부상 9명이다. 수색이 진행되면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앞서 2020년에는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돼 시민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서울 한복판에서 침수로 인한 인명사고가 대량 발생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같은 사고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록적인 폭우라는 불가항력 상황도 있었겠지만 지자체 등 재난대응기관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천 등 경북지역 산사태 피해가 큰 이유도 사전에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리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인명피해가 난 지역 중 평소 산사태 위험이 있어 취약지구로 지정된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한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전점검 대상도 아닌 지역이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많게는 600㎜ 이상 내린 집중호우에 인명과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지하차도 매몰사고 희생자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3명이다.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로 5개 마을에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6시 현재 집계된 집중호우 인명피해는 사망 39명, 실종 9명, 부상 34명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 사망자는 세종 1명, 충북 15명(오송 12명), 충남 4명, 경북 19명 등 모두 39명으로 집계됐다. 중대본 발표 이후 오송 지하차도에서 추가로 시신 1구가 더 수습돼 사망자는 40명으로 늘었다. 중대본의 집중호우 공식 피해에는 잡히지 않지만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도 5명이나 된다. 이번 집중호우로 54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셈이다.

대규모 이재민도 발생했다. 이번 집중호우 기간 일시 대피한 인원은 6255세대 1만570명이다. 모두 15개 시·도 111개 시·군·구에서 이재민이 발생했다.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가까이에서 이재민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3326세대 5788명은 귀가하지 못하고 마을회관이나 학교 등 임시로 마련된 대피시설에 머물고 있다.

시설물 피해도 상당하다. 전국 곳곳에서 도로가 유실되거나 사면이 붕괴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지금까지 신고된 피해시설만 945건(공공시설 628건, 사유시설 317건)이다. 특히 하천 제방유실 사고가 169건이나 돼 주변 도로나 농경지 침수 피해가 컸다. 도로 사면유실·붕괴는 충남 87건, 경북 24건 등 146건이 발생했다. 도로 파손·유실도 49건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도 주택침수 139동, 주택 전파·반파 52동, 어선 피해 6척, 차량침수 64대 등 사유시설 피해도 극심했다. 농작물 피해규모도 1만9769㏊에 이른다. 가축은 소·돼지·닭 등 56만 마리가 폐사했다.

공공시설(628건)과 사유시설(317건) 피해도 충남과 경북을 중심으로 대폭 늘었다. 도로 사면유실·붕괴는 충남 87건, 경북 24건을 비롯해 146건 발생했으며, 도로 파손·유실도 49건으로 증가했다. 토사유출은 충남 58건을 비롯해 108건 발생했으며, 하천 제방유실도 169건 발생했는데 그중 대다수(127건)가 충남에 집중됐다.

낙석·산사태는 충남 5건 등 8건, 수목 전도는 충남 23건 등 25건이 발생했다. 경북에서는 상하수도 파손 49건과 문화재 침수 22건 피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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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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