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지하차도 관리 '총체적 부실'

2023-07-19 10:58:31 게재

도, 사고 30분 전 미호강 범람 알아

차량통제 기준 넘어섰는데도 무대응

내부 지하배수펌프 고장나 무용지물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인 충북도의 총체적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전 예방에서부터 침수 후 대응까지 어느 한 부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 30분 전 미호강 범람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미 사고 전 차량통제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장맛비 뚫고 이어지는 유류품 수색 | 18일 오전 미호강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수색구조현장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희생자 유류품 수색이 이어지고 있는 지하차도를 통제하고 있다, 청주 연합뉴스


19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충북도가 미호강 범람 사실을 처음 보고받은 시간은 사고 발생 27분 전인 오전 8시 3분이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충북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미호강 범람 사실을 보고했다. 119종합상황실은 곧바로 청주시청 당직실에 전파했다.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도 사고 전에 이미 폐쇄회로(CC)TV를 통해 차도에 빗물이 유입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 발표자료에 따르면 '오전 8시 27분 지하차도 빗물 유입' '오전 8시 32분 지하차도 상단에서 빗물 유입(주행 어려움)'이라고 적시돼 있다. 사고 전 이미 침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충북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교통통제 기준도 지키지 않았다. 충북도 '침수 위험지하차도 통제 및 등급화 기준'에 따르면 침수 위험 3등급으로 분류된 궁평2지하차도의 차량 통제 기준은 모두 5가지다. △침수심 도로 중앙 수위 50㎝ △미호강 하천 수위 29.2m △미호천교 교량 수위 29.2m △시우량 83㎜ △호우경보 발령 등으로 사고 직전 이미 3가지 사항을 충족한 상태였다. 지침대로라면 당연히 교통 통제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사고 발생 4시간 30분 전인 오전 4시 10분 미호강 수위는 27.47m였고,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사고 발생 1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 10분에는 충북도 통제 기준 수위인 29.2m를 넘어선 29.34m였다. 미호강은 오전 7시 52분 월류가 시작됐고, 범람한 물이 궁평2지하차도에 차올라 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8시 40분이다.

궁평2지하차도 내 배수펌프도 무용지물이었다. 설치된 배수펌프가 4대나 있었지만 사고 당시 배전반(전기실)이 물에 잠기면서 작동하지 않았다. 배전반을 지상으로 옮기고 방수시설을 설치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가 있었지만 예산 때문에 개선하지 못했다.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위험등급 3등급으로 분류된 것도 문제다. 충북도는 2020년 침수위험등급을 평가하면서 주변 공사상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정해진 등급이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의 지하차도 자동차단설비 구축사업 우선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뒤늦게 지난 5월 차단시설 설치사업비를 신청해 지난달 교부받았지만 장마 전 설치하지는 못했다. 충북도는 올해 중 차단기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한편 충북도는 사고 이전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하천 범람 위기상황을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충북도는 처음에는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다 뒤늦게 "직원 실수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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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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