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사업 통해 '펫푸드' 전문가 된 청년들

2023-08-31 11:03:13 게재

용인 청년자활 1호점 '더 건강하개'

직원 12명 모두 전문가자격증 취득

수익금은 청년자립·동물보호 지원

"대학에서 호텔서비스를 전공했는데 배운 걸 활용할 수 있어 좋고 동료들과도 성격이 잘 맞아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지난 22일 문을 연 용인시 청년자활1호점 반려동물 간식 전문점 '더 건강하개'. 청년 12명이 근무하며 펫푸드를 생산, 판매한다. 곽태영 기자


30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의 수제 펫푸드 판매점 '더 건강하개'. 이곳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김언주(26)씨는 지난 4월 펫푸드 전문가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은 없었지만 용인시지역자활센터 청년위드펫사업단의 제안을 받아들여 수개월 간의 교육·컨설팅을 받았다. 김씨는 "생소한 일이었고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전공을 살려 같은 또래의 청년들과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며 "장기적으로 '자활기업'을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더 건강하개' 프렌차이즈 사업 제안도 = 지난 22일 문을 연 '더 건강하개'는 용인시지역자활센터 청년위드펫사업단이 운영하는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이다. 청년 12명이 근무하며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통해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제조,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까지 한다.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4명, 별도로 마련된 제조사업장에서 8명이 일한다. 매장에서는 고객이 반려동물 수제간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판매수익금은 자활 일자리·자립 지원금, 지역 동물보호센터와 유기동물 보호단체 지원에 사용된다.

'더 건강하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자활사업이란 점에서 경기도 광역자활센터와 다른 시·군의 자활센터들이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렌차이즈로 사업화 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신미영 용인시 자활지원팀장은 "중장년층 중심의 자활사업은 많지만 청년대상 자활사업은 거의 없어 반려동물을 아이템으로 추진했다"며 "처음엔 막막했지만 전문가와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아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자활복지개발 환경개선사업 공모에 선정돼 5000만원을 지원받고 자활기금 5000만원과 자활기업 수익적립금 3000만원을 보태 사업비를 마련했다. '반려동물과'가 있는 용인예술과학대와 민간기업인 '밥펫', 경기광역자활센터가 컨설팅·교육을 지원했고 소셜커머스 티몬은 판로 개척을 도왔다. 이를 통해 참가자 전원이 이론교육과 현장실습을 받았고 반려동물 펫푸드 1급 자격증을 취득, 전문성을 갖췄다. 신미영 팀장은 "중장년층과 섞여서 일할 때는 소극적이었던 자활대상 청년들이 또래들과 할 수 있는 사업이란 점에 관심을 보였고 실제 펫푸드 사업에 주도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청년 등의 자립·자활 가능성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자활기업이 자활사업 돕는 선순환 = '더 건강하개'를 비롯한 용인시의 자활사업은 성공한 자활기업이 자기역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 건강하개' 매장 인테리어를 맡은 한우리건축㈜ 역시 용인시 자활기업이다. 용인시지역자활센터의 분식사업단 '밥과 함께라면'의 경우 ㈜늘품정원이란 자활기업으로 독립해 오는 10월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정혜영 용인지역자활센터 팀장은 "자체 브랜드로 자활기업이 독립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드물다"며 "한우리건축처럼 성공한 자활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며 자활을 돕는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청년의 자립을 돕고 일자리도 창출한 '더 건강하개'는 타 지자체에서 배울 수 있는 자활기업의 모범사례로 평가한다"며 "용인시의 자활기업들이 자립과 사회환원의 선순환 구조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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