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서 서산개척단으로 강제이송

2023-09-14 11:15:46 게재

진실위, 14명 확인

가족이 있는데도 부랑인으로 몰려 강제 수용돼 서산간척단 노역에 동원된 피해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최근 제62차 위원회에서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수용된 부랑인 중 최소 14명이 서산개척단으로 강제이송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1차 진실규명 결정에 이어 12명에 대해 감금과 폭행, 강제노역, 강제결혼 등 인권침해에 대해 추가로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1961년 경찰과 공무원이 부랑인 단속을 벌였고, 137명이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대한청소년기술보도회로 전원됐다. 이중 확인된 것만 14명이 서산개척단으로 강제이송됐다. 이는 진실위가 입수한 서울시립아동보호소 '부랑아접수부'에 기재된 신상정보와 1968년 서산시에서 작성한 1차 '농지분배대장' 및 서산개척단 피해자 진술을 대조, 조사하면서 드러났다.

부랑인이라며 체포됐지만 가정을 이룬 경우도 많았다. 배우자와 자녀 등이 서산을 찾아가 피해자를 구조한 경우도 있었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0년대 초 정부가 사회정화정책 일환으로 부랑인를 단속해 집단 이송 및 강제 수용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과 군인은 전국의 고아, 부랑인 등 1700명을 체포한 뒤 강제노역에 활용하게 했다. 진실위는 지난해 5월 서산개척단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발표에서 당시 보건사회부가 '부랑인 이주정착 계획'에 따라 개척단에 예산 및 물자를 지원하는 등 정착사업을 관리·감독했으나 개척단 운영과정에서 수용자들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추가로 보사부가 당시 각의(국무회의)에 서산개척단 안건을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1962년 6월 13일 보사부가 각의에 보고한 '무의탁 정착사업 실시' 안건에는 "전국 각지에서 무위걸식하며 각종 사회악을 조성하고 있는 18세 이상의 가동능력이 있는 부랑자를 작년 12월에 일제 단속하여 정착시키고자 부랑인 770명을 이주시켜, 충남 서산군 인지면 소재 폐염전을 분할분배하여 개척 영농케 하여 자활 정착하도록 실시하였다'고 기재돼 있다.

진실위는 국가에 대해 개척단원으로 피해를 입은 신청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국가에 권고했다. 특히 개척단원과 정착지 주민의 노동력으로 폐염전을 현재 경작지로 만든 것과 관련해 토지분배권을 위한 보상과 특별법 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실위는 3·15의거 상해 등 인권침해 사건과 불법사찰과 연좌제로 인한 장 모씨 사건 등에 대해서도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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