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9
2024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한 콘퍼런스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지능의 비중은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결국은 생물학적인 지능의 비율은 1% 미만이 되고 거의 모든 지능은 디지털(AI)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어 “우리는 AI가 잔인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AI를 인류에게 유익한 방식으로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AI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도록 가르쳐서는 안된다”며 “그들이 거짓말을 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지난달에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범용인공지능(AGI)을 가장 똑똑한 인간보다 더 똑똑한 AI로 정의한다면 아마도 내년에, 예를 들어 2년 이내에 가능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당초 예상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인간지능을 추월하기 직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끊임없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문제적 인간’이기는 하나 그의 직관력만은 세계가
05.08
세계경제포럼(WEF)의 뵈르게 브렌데 총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 세계경제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일 듯싶다. 한국경제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심한 혼조세를 보인다. 지난달 25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로 1.3% 증가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있었다. 이를 연단위로 환산하면 5%대를 훌쩍 넘기는 경제성장률이다. 당국자들이나 시장참여자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0.7%p, 순수출이 0.6%p만큼 성장률에 기여했다. 민생고를 알리는 지표들과 상충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건설경기의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과도 맞지 않아 의문을 자아낸다. 이어 불과 5일 뒤에 나온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은 2월대비 전산업생산지수가 2.1%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전체 산업생산이 4년
05.07
어린이날 연휴, 많은 가정에서 새삼 고물가를 체감했다. 아이들이 즐겨 찾는 치킨부터 버거 피자 짜장면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장난감 등 공산품도 그렇지만 특히 농산물과 외식가격이 무섭게 뛰었다. 어버이날 등 이어지는 기념일을 앞두고 더 쪼그라질 지갑에 올해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닌 ‘가난의 달’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바라보고만 있진 않았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유류세를 한시 인하했다. 농축수산물에 대해선 납품단가 및 할인판매를 지원하고 수입을 늘리거나 낮은 관세를 적용했다. 가공식품과 공산품에 대해선 생산업체에 가격인상을 자제하거나 인상시기를 늦춰달라고 압박했다. 이들 물가정책은 임시방편이지 근본대책이 못된다. 굳이 일을 만들어 하거나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관료사회는 관행적으로 해온 정책을 답습했고 정책효과는 한계가 있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3% 밑으로 내려갔지만 농산물가격 상승률은 20.3%로 훨씬 높았다. 사과가 80.8%, 배
05.02
“거북하실 수도 있지만”이라고 한 자락 깔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면전에서 진짜 듣기 거북해할 만한 말을 A4용지 10장 분량에 적어와 작심하고 풀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15분 발언이 끝나자 “좋은 말씀 감사하다”며 정치적으로 화답했지만 실은 하나에서 열까지 처음 들어보는 듣기 싫은 소리였을 것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거북한 말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일까. 대통령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독재’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독재는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이 권력을 장악하여 독단적으로 지배하는 정치를 말한다. 혼자(獨)의 생각과 판단으로 재단(裁斷), 즉 가위질하는 형태다. 사전적으로 이렇다는 뜻이고, 우리 머릿속에 독재 하면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이 먼저 떠오른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 같은 단어도 연상된다. 폭압적이고 무섭고 음험한 부정적 이미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는 윤 대통령의 성정(性情)으
04.30
기계는 검색에는 능하지만 인정사정 없이 그저 차갑기만 하다. 테니스나 축구같은 다툼의 여지가 많은 엘리트 스포츠 세계에서 인간은 기계에 판정을 의존하기도 한다. 영상판독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걸 보면 인공지능(AI) 기반의 기계는 영상처리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보면 된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해 주는 세상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지만 모방할 수 없는 인간 특유의 능력은 친절과 배려 같은 따뜻한 품성이다. 스포츠의 거친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모범을 통해 고매한 행동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선수들이 있다. 테니스계의 로저 페더러와 축구계의 손흥민이다. 테니스는 소음을 싫어하는 경기다. 선수든 관중이든 조용하지 않으면 심판은 경기를 즉시 중단시킬 정도다. 그런 예민한 경기에서는 선수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페더러도 참지 못하고 라켓을 바닥에 내려친 경우도 있었지만 그 후로는 특유의 신사도를 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말과 행동에서 풍기는 품격은 그를 능
04.29
2023년 10월 하마스-이스라엘 분쟁이 발발한 뒤 열린 미국의회 청문회에서 하바드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MIT 등 3개 대학교 총장들에게 한 의원이 ‘유태인 종족학살을 부추기는 발언이 대학교의 학칙 위반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총장들은 발언의 문맥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대학후원자들이 세 총장의 사임을 요구하였고, 교수들은 총장들을 지지하였지만, 하버드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총장들은 결국 사임하게 됐다. 2024년 4월 미국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교정에 텐트치고 야영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교 등에서 학교당국이 물리적 힘으로 이를 막자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미국의 핵심가치로서 헌법에 보장된 말하는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총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영운동을 물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대학당국들은 반유태주의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정당화하고 있다.
04.25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지에서 미중경쟁이 가열되면서 한반도도 그 불길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배경에 깔려있다. 중국을 제압하는 데 사활을 걸다시피한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며 대중전선의 선봉에 설 것을 공공연하게,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성격이나 주한미군의 역할도 이런 방향으로 초점이 옮겨졌음은 물론이다. 중국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18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즈가 “한국이 결국 미국에 버림받을 것”이라는 여론조사를 흘리며 한국의 ‘자주적 외교’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유쾌한 조짐이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반도에서의 국제전쟁은 대부분 당대의 패권전쟁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가 북방 숙적 흉노와의 쟁패에 앞서 고조선을 ‘흉노의 왼팔’로 지목하고 침략한 것, 거란과 청이 송과 명의 잠재적 동맹을 제거하기 위해 고려와 조선을 침략했던 사례가 대
04.24
4.10총선이 끝난지 벌써 두 주가 지났다.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 조국 심판’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윤석열정부 2년을 심판했다. 총선에 출마한 다수 야권 후보들은 “닥치고 정권심판”을 외쳤다. 다수 국민은 이에 열렬히 호응했다. 민심은 정말 매서웠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의 국정방향은 옳았지만 소통이 조금 부족해 국민들이 알아주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인으로 제대로 선거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지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지만 절대 다수 국민은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호주 대사 임명과 도피 출국, 대파 875원 발언 등 용산발 악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용산발 악재에 많은 국민은 “3년은 너무
04.23
192 대 108. 어차피 예견된 결과였다. 윤석열정권 심판전으로 치러진 총선 이전의 여론조사에서 보인 대통령 국정지지율만큼 여당이 의석수를 얻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30% 초반과 후반을 오가던 지지도는 결국 그 평균에 가까운 108석으로 나타났다. 여당의 대다수 의원들만 몰랐을까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운 선거전략이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정권심판론으로 초지일관 밀고간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전략도 기껏해야 몇석의 의석에 영향을 미치는 데 불과했다. 총선결과는 재앙적 인적 구성과 치명적인 이념과 사상적 편향성을 가진 용산의 인적 네트워크(inner circle)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필자는 언론매체의 칼럼을 통해 지속가능한 정권의 조건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정권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피력해왔다. 정치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경제성장을 추구함과 동시에 환경적가치를
04.22
재정은 국민 세금이 원천이다. 정부가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강제 징수하고 지출하는 중차대한 활동이다. 따라서 대다수 국가들은 재정을 어떻게 만들고 써야 할지를 법률로 규정한다. 우리나라에선 예산의 편성·집행·심의·감사·결산 등 전 과정에 걸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하고 있다. 예산 편성 및 집행권은 행정부에, 예산 심의 및 결산권은 입법부에,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권은 감사원에 주어지는 방식이다. 국민 관심이 총선에 쏠린 사이 국가결산보고서 공개 및 감사원 제출에 흠결이 발생했다. 지난해 나라살림을 정리·평가하는 보고서를 4월 10일까지 공개하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을 어기고 총선 다음날, 11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10일이 임시공휴일이라서 민법을 준용해 이튿날 제출해도 된다는 법제처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세입·세출 결산과 재정적자·국가부채 등이 담기는 국가결산보고서 공개가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래 처음이다. 국가결산보고서는
04.18
모든 변화에는 신호가 있다. 때론 ‘침묵의 봄’처럼 말없는 신호도 있다. 히말라야의 파리도 그렇다. 2006년 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파리가 나타났다”는 리포트가 눈길을 끌었다. 만년설 아래 해발 5364m. 이곳에 파리 한 마리가 관찰된 거다. 관점은 두 갈래였다. 먼저 환경 문제다. 인간은 어디를 가나 흔적과 쓰레기를 남긴다. 세계 최고봉도 예외가 아니다. 전문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 등산객까지 몰려든 거다. 베이스캠프는 버려진 텐트와 등산 보조장비, 음식물 찌꺼기 등 각종 쓰레기로 넘쳐났다. 다른 하나는 기후문제다.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증거가 만년설과 빙하가 녹는 거다. 얼음 면적이 줄어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북극곰은 온난화 상징이다. 히말라야의 파리도 그랬다. 베이스캠프 입지조건 중 하나가 파리 모기가 없어야 한다. 이제 히말라야도 기후위기에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히말라야의 파리가 울린 무언의 경보에 세상의 반응은 엇갈렸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는
04.17
세계 전기차시장의 최강자는 이제 테슬라가 아닌 듯싶다. 중국의 비야디(BYD)가 작년 전기차 생산과 수출에서 테슬라를 앞질렀다. 비야디는 ‘BUILD YOUR DREAMS’라는 영어 문구의 첫 문자를 따서 만든 회사명이자 자동차 브랜드다. 세계 최대가 된 중국의 전기차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비야디의 역할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산업이 도약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103만대를 수출했다. 2022년보다 69% 증가한 규모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고율관세로 대미 수출이 막혔는데도 중국 전기차는 유럽 수출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최대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값싼 노동력 덕이 크다. 그렇다고 품질이 형편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전기차는 첨단 배터리산업과 자동화 조립공장 등 탄탄한 전기차 생태계가 품질과 생산속도를 받쳐주고 있다. 비야디가 작년에 150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 모델 ‘시걸(Seagu
04.16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Marguerite Yourcanar)는 소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을 통해 로마시대 5현제 중 한명인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생생히 그려낸다. 로마 황제로서의 권력과 책임, 인간적인 면모와 갈등을 다루는 이 소설은 하드리아누스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 역사적 배경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그런데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역사에 남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위대함은 로마가 오랜 기간 유지하던 영토 확장정책을 폐기하고 로마문명을 유럽 전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평화정책을 주창해 새로운 시대정신을 열어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통치 철학인 ‘인간다움(Humanitas)’ ‘행복(Filicitas)’ ‘자유(Libertas)’는 “로마를 돌로 이루어진 형체에서 벗어나 국가와 시민, 공화국이라는 가치로 형성된 불멸의 문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의 세계는 자유 민주 공정 인권 등의 단어로 추구하는 가치
04.15
영원히 끝나지 않을 불교계의 쟁점 가운데 하나가 ‘돈오돈수 돈오점수’ 논쟁이다. 돈오돈수(頓悟頓修)는 단박에 깨달으면 그 이후에는 수행이 필요없다는 견해다. 문자 그대로는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는다’라는 뜻이다. 돈오점수(頓悟漸修)는 단박에 깨치고 점진적인 수행을 거쳐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관념이다. 이처럼 논점은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론이다. 돈오돈수를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은 고려 말의 국사 보우다. 현대 인물로는 성철스님이 있다. 이들은 한번 깨달았으면 그만이지 뭘 또 수행하느냐는 주장을 편다. 수행이 더 필요하면 깨달은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견해는 중국 선종 육조 혜능의 가르침에서 유래한다. 돈오점수를 주창한 대표적인 사람은 고려 말의 보조국사 지눌이다. ‘한번 깨쳤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서 완전한 깨달음의 상태로 가야 한다.’ 돈오돈수는 근기(根機)가 높은 사람(고단수)에게 알맞다고 한다. 혜능스님도 이를 여러 차례
04.11
지난 주말 아직도 캄캄한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는 투표를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6시 개장시간 한참 전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인구가 너무 적은 동네라 주민센터가 없어 이웃 동네 투표소에 가야하는 필자는 무심하게 줄을 섰다가 60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사전투표 실시 후 선거 때마다 새벽 투표를 하고 있다는 이들은 강북구에서 서울 도심으로 일하러 가는 새벽 노동자들인데 북악터널을 통과해 이곳에 내려 투표소를 이용한 뒤 다시 버스로 출근한다고 했다. 그녀들은 조금 불편해도 이렇게라도 주권행사를 할 수 있는 사전투표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6411버스에서 느낀 것처럼 이들도 정치적 열망과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에너지가 충만했다. “요즘 한창 떠드는 저출산 해결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애 낳고 키울 여성들에게 좀 더 좋은 기회를 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선거전은 “평생 처음보는 저질 유세”라고 비판했다. 상대방을 범죄자라고 마구 욕
04.09
노벨상의 계절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과학자의 현실은 노벨상 수상 대신 ‘왜 나는 노벨상을 못 받는가?’를 주제로 반성문을 쓰는 것에 더 익숙하다. 국가 차원에서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는 해마다 치밀하게 분석되고 있으니 이번에는 과학자 개개인들이 밝히는 ‘내’가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를 알아볼 때다. 필자는 지난 겨울방학 때 미국 산타바바라대학 내에 소재한 이론물리학연구소를 한달 가까이 방문했다. 그곳에 있는 교수 연구원들과 대화하며 좋은 연구 주제를 도출한 뒤 귀국하려는 계획이었다. 태평양 바다가 창문 밖으로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교수 연구실에서 필자를 포함한 몇명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는 기존 이론에 대한 비판적 복습으로 시작해 새로운 주제 발굴에 대한 난상 토론으로 이어졌다. 교수가 갑자기 한마디를 던진다. “이해가 안되네!(I don’t understand)” 이미 정설로 알려진 이론을 대학원생 한명이 설명하는 걸 듣다 반사적으로 내뱉
04.08
자본주의 경제와 조세국가 역사가 짧은 한국이 꽤 앞서 정착시킨 세금제도가 있다. 1977년 도입해 반세기를 향해가는 부가가치세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소득세 법인세에 이은 3대 세목으로 자리잡았다. 한국보다 20년 늦은 1997년,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인상하는 일본에 한수 가르치기도 했다. 이런 부가가치세가 4.10 총선 공약 심판대에 올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부가가치세 감면 공약을 연거푸 내놓았다. 먼저 출산육아용품과 라면 등 일부 가공식품의 세율을 10%에서 5%로 낮춰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간이과세 적용 기준을 현행 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1억4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한 위원장은 한술 더 떴다. 지난해 경기가 부진한 데다 이런저런 감세조치로 56조4000억원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올해도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 감세방안이 줄줄이 대기중이
04.04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의 한 장면. 주인공 선우로 분한 이병헌이 비장하게 묻는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보스에게 열심히 봉사했는데 왜 죽이려 했느냐는 거다. 보스 역 김영철이 답한다.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현실 같은 영화라고 한다. 아니 영화 같은 현실인가. 현실은 영화적 상상력의 바탕이고 영화는 현실의 투영이자 재해석이겠다. ‘달콤한 인생’에서 핵심을 짚은 모욕감이 그렇다. 요즘 말로 하면 자존감의 훼손이다. 22대 총선이 코 앞이다. 선거의 전선은 실리와 가치 사이에 형성된다고 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에서 보듯이 경제상황이 표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론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가치다. 여당은 “이조심판”을 앞세워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야당은 “정권심판”을 외치며 검찰독재와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한다. 하지만 실리와 가치보다 자아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모욕감이 표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최근 MBC가 총선에 대한
04.03
3월 16일에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 집회가 있었다. 시민단체와 공공운수노조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해 정부에게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집회였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공공병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기에 반가운 일이다. 정부-의료계, 특히 전공의와의 갈등이 일파만파 번져가는 가운데 의료개혁과제로 공공병원의 정상화에 관한 주제가 어디서도 제기되지 않은 점이 의아스럽던 중이었다. 공공병원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풀어간다는 정책 아이디어는 많은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것이며 수차례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도 만들어졌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우선 찾아본 자료가 2018년 10월 1일에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없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4가지 추진과제가 제시됐다. 1)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2) 필수의료 전국민 보장 강화 3) 공공보
04.02
흔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構圖)라고 한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면 인물 정책 이슈 바람 조직 같은 게 있지만 으뜸은 구도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구도가 유리하게 짜인 선거에서는 무난하게 승리하지만, 그 반대라면 무슨 용을 써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구도는 유권자 머릿속에 그려지는 사고의 틀, 즉 프레임이다. 유권자들은 프레임으로 선거의 의미와 성격을 판단하고, 그 프레임 속에서 지지 정당과 후보를 선택한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몇가지가 있지만 선거 전략을 한마디로 압축한 구호가 우선 꼽힌다.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면서 머릿속에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이미지로 기억시켜 주는 구호는 어지간한 선심 공약보다 파괴력이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메인 슬로건을 “못살겠다 심판하자”로 정했다. 이승만정권 때 나온 전설의 구호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차용한 것으로 참신함은 없지만 입에 감기는 운율은 있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