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안산 단원고

"수정아, 꼭 살아 돌아와"

2014-04-17 11:33:06 게재

연락두절 친구·학부모 발동동

"수정아 너 사랑 철민이랑 손 꼭잡고 무사히 돌아와줘. 꼭 살아 돌아와서 지인이랑 너랑 나랑 셋이 '가시' 보러가자. 사랑해"

16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는 피해 학생들의 학부모·친척들과 친구들의 애타는 기다림이 밤새 계속됐다. 이들은 4층 강당에서 쪽잠을 자거나 실시간으로 뉴스 등을 통해 구조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텅 빈 학교 교실 칠판과 책상에는 친구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메시지들로 채워졌다.

오후 11시쯤 다른 학교에서 왔다는 학생 2명이 2학년 2반 친구 강수정양 책상에 "꼭 무사히 돌아와, 기다릴께. 사랑해"라고 적고, 포스트잇에도 메모를 남겼다. 강당에 모인 이 학교 연극부 학생들은 친구가 배에서 사고 직전 보낸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고 쓴 카톡 메시지를 함께 보며 생존을 기원했다. 친구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교무실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교사 10여명이 남아 학생들의 구조소식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구조가 확인된 학생 78명 가운데 62명은 이날 밤 진도를 떠나 고대안산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부모의 품에 안겨 담요와 외투를 덮고 들어왔다. 친구와 함께 구조됐다는 손정아 학생은 아버지 품에 안겨 미소를 지으면서 진료실로 향했다.

고대 안산병원은 오후 11시 브리핑을 열어 구조된 학생들 대부분이 가벼운 경상 환자지만 사고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큰 만큼 정밀검사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객선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정차웅·임경빈·권오천 학생의 시신은 유족과 안산시의 협의를 거쳐 고대안산병원으로 이송했다. 안산시는 17일 "단원고 인근 고대안산병원으로 시신을 이송 중이며 합동분향소를 차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임시휴교에 들어간 단원고는 18일까지 임시휴교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남 175명, 여 150명)과 교사 14명(남 7명, 여 7명) 등 모두 339명은 15일 오후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 16일 오전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이 침몰, 조난사고를 당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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