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 야외활동 안전확보 '비상'

2014-04-17 12:45:00 게재

소풍·수련회·수학여행에 진로체험까지 줄줄이 … 교사·학부모 "여건 철저히 마련한 뒤 시행해야"

사망·실종자만 300명에 가까운 대형 참사로 온 국민이 애를 끊는 슬픔을 느끼는 가운데 전국의 일선 초중고교가 향후 예정된 야외활동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비상상태에 돌입했다.

소풍과 수련회, 수학여행 등 각종 집단 야외활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한편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학생 전일제 진로체험' 역시 준비가 미흡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경기도 분당의 한 중학교 교사는 "어린 학생들과 관련한 대형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야외로 나가는 단체활동은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며 "학교 안에서 캠프활동으로 수학여행을 대체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고교 교사도 "이번 사고를 보면서 안전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많이 실망했다"며 "둘째아이가 다음달 수학여행을 가는데, 정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토로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요즘같이 교통이 발달하고, 부모들이 아이를 대동한 가족여행을 많이 가는 상황에서 꼭 단체여행이나 집단수련활동이 필요한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중학교 교사도 "이번 기회에 한 학년 전체가 같은 장소로 한꺼번에 움직이는 단체여행을 금지하고 반별로 담임교사와 부담임교사가 인솔하는 테마기행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5년생을 둔 고 모씨(서울 강동구)는 "첫째아이가 뉴스를 보더니 다음주 예정된 통영 봉사활동을 가지 않겠다고 하더라"며 "안전불감증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이 집단으로 희생 당하는 대형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16일 각 시도교육청에 긴급 공문을 보내 "각급 학교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에 우려가 있을 경우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비행기나 배 편을 이용해 제주도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학교가 400곳에 달하는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전달했다.

이번 주에만 15곳 학교가 수학여행을 가는 대전시교육청도 "학생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수학여행·현장체험학습·수련활동 등의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김신호 교육감은 "최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여 만에 또 대형 사고가 발생해 우리 아이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 어린 학생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산재해 있는 만큼 학교와 교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의 핵심공약인 진로체험도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천호중학교 송 모 교사는 17일 "수학여행과 수련회, 소풍 등에다 전일제 진로체험 등 행사가 더해지면 교통사고 이외의 각종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적어도 3년 정도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예상가능한 인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전일제 진로체험은 5명 정도 학생의 소규모 그룹이 원하는 직업을 체험하기 위해 하루 6시간 동안 해당 작업장에서 체험활동을 해야 한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내린 평가지침에 따르면 전일제 진로체험은 100점 만점에 6점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시도교육청의 강제시행을 통해 각 학교 학생들에게 관철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송 교사는 "5명을 그룹으로 한다고 쳐도 한 반에 6명의 통솔교사가 필요한데, 현재 상황으론 학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절대 가능하지 않다"며 "학부모가 교사 대신 학생들을 인솔했을 때 크고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현장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송 교사는 "아무리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최우선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최소 3년간 안전한 진로체험장을 마련하고 담당부서도 독립적으로 만드는 등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475명 탑승 여객선 세월호 침몰] 갈팡질팡 우왕좌왕 … 정부 대응 '빵점'
-2일차 오전 선체진입 실패
-'실낱같은 희망' 잡아라 … 2일차 수색계속
-선박 안전장비들 전혀 작동 안해
-선장과 기관장 제일 먼저 탈출
-"바다에 떠 있었으면 더 구할 수 있었는데…"
-[슬픔에 빠진 안산 단원고] "수정아, 꼭 살아 돌아와"
-해수부 하루종일 우왕좌왕
-"교신 시도조차 않고 늑장 출동"
-60년지기 섬마을 친구들 회갑 여행이 이별여행
-허둥대는 팽목항 사고대책본부
-해경도 중대본도 승선인원 몰라
-미 언론 "한국 페리침몰 대형 참사"
-깊은 애도, 군함급파 등 지원
-'전원 구조' 번복, 학부모들 분통
-검찰, 사고원인 파악
-사망자 1인당 최대 4억5천만원 보상
-여야 "당분간 선거운동 중단" 선언
-해경, 신고 48분 전에 '징후' 알았다
-국민안전 그토록 외치더니 … 무기력 정부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