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기획 | ② 미국 메트스쿨(The Met School)과 빅 픽처 러닝(Big Picture Learning)

한번에 한 아이씩 가르치는 '눈높이 교육'

2014-10-06 00:00:01 게재

미국에서는 12초에 한 명꼴로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둔다. 미국의 대표적 대안교육 기구인 '빅 픽처 러닝'(Big Picture Learning) 홈페이지 상단에는 5일 저녁 7시37분 현재 250,689라는 수치가 게재돼 있다. 즉 올해 학기가 시작된 이래 미국 전역에서 25만689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뒀다는 의미다.

빅 픽처 러닝은 1995년 교육이론가 엘리엇 와쇼(Elliot Washor)와 데니스 리트키(Dennis Littky)가 미국 로드 아일랜드(Rhode Island) 주에 설립한 대안교육기관이다.

데니스와 엘리엇은 공립 고등학교에서 교사와 교장으로 30년간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 혁신에 매진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교육은 모든 사람이 신경 써야 할 일'이라는 모토를 내세워 교육 체계의 전면적 전환을 주장했고, 실제로 그 가능성을 현실화했다.

이들이 1996년 설립한 '메트스쿨'(The Met School)은 미국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꼽힌다.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6개의 소규모 공립고등학교의 네트워크 학교인 메트스쿨은 '학교를 넘어선 학교'로 일컬어지고 있다.

1996년 개교한 이래 미국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꼽히는 메트스쿨 전경. 외관상 학교라기보다 지역문화회관을 연상케 한다. 사진 메트스쿨 홈페이지


설립 당시 50명의 신입생으로 출발했던 학교는 미국 14개주 55곳의 학교를 둘 정도로 성공적 확산을 자랑하고 있다. 메트스쿨의 신입생 대부분은 보통의 학교에서 소외됐던 흑인 또는 라틴계 학생들이었는데 2000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던 해, 이들의 졸업률은 96%에 달했다. 유색인종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쥘 확률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수치를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로 기록됐다. 또 졸업생의 98%는 상급 교육기관으로 진학했고 이들이 받은 장학금 총액은 50만달러에 달했다.

이런 성과는 미국 전역으로부터의 관심을 얻기 충분했다. 2001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빅 픽처 스쿨이 시도됐다. 2008년 빅 픽처 스쿨은 14개주 55곳의 학교에서 운영되기에 이르렀다. 또 호주와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에서는 빅 픽처 러닝을 활용한 학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메트스쿨, 공교육 개혁 모델이 되다

그렇다면 메트스쿨의 성과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바로 일반학교와는 다른 3가지 원칙이 성과의 근거로 평가받는다. 이 학교의 3가지 원칙은 △배움은 각 학생의 흥미와 목표에 기반을 둬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은 반드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나 장소와 연관성을 가져야만 한다 △학생의 능력은 그 학생의 작업의 질에 의해 엄밀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트스쿨이 구현한 빅 픽처 러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제 현실 세계에서 학습하며 개인의 흥미에 기반을 둔 인턴십을 통한 배움(LTI : Learning through Internship)이라는 점이다. 학생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에서 해당 전문가 멘토가 연계됨으로써 학생은 엄정하게 과제를 완성하게 된다. 학생은 이 과정에서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를 배우게 된다. 이때 생기는 전문가 멘토와의 개인적인 관계,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데어드레이 존스 양이 졸업작품 완성을 위해 용접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 메트스쿨 홈페이지

데어드레이 존스(Dierdre Jones·오른쪽 사진)의 예를 들어보자. 그녀는 아버지를 교도소에서, 남자친구를 거리 총격전에서 잃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에 휩싸여 있던 그녀는 주변인들에게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기념비를 세워 아버지와 남자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는 방법 대신, 그녀는 범죄현장에 남겨진 일상의 소지품, 이를테면 운동화나 벙어리장갑, 교통카드, 피로 얼룩진 티셔츠 등을 활용해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담임교사(Advisor)인 챈텔 와일리 씨와 상의한 끝에 범죄의 끔찍함을 상징하는 소지품을 싣고 옮겨 다닐 수 있는 금속 카트를 만들기로 했다. 용접공 메러디스 영거 씨를 멘토(Mentor)로 삼아 용접기술을 배웠다. 각고의 노력 끝에 까다로운 용접기술을 손에 익힌 그녀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훌륭한 카트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비폭력기구 회원이기도 한 데어드레이는 졸업 후 자신의 작품을 도시 곳곳의 분쟁조정현장에 내거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메트스쿨 학생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메트스쿨 홈페이지

 

교육부 주최 '대안교육 국제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한 앤드류 프리슈먼. 그는 빅 픽처 러닝의 프로그램 기획자다. 사진 김은광 기자

최종 목표는 '평생 학습자'

메트스쿨의 교육철학은 '한 번에 한 아이씩'이다. 흔히 말하는 '눈높이 교육', '맞춤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메트스쿨은 정해진 교과가 없다. 대신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턴십 학습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학교 밖 현실세계에서 자극을 받아 학문적인 능력이나 개인적인 기술을 익히도록 이끈다. 이런 학습 성과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인 인턴쉽 멘토로 이루어진 학습계획팀과 그 밖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열어 무엇을 학습하고 소화해냈는지 발표하여 그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교육부가 주최한 '대안교육 국제포럼'에 참석한 빅 픽처 러닝의 프로그램 기획자 앤드류 프리슈먼(하단 사진)은 "메트스쿨이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학생들을 평생 동안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열망으로 끊임없이 탐구하는 '평생 학습자'로 기르는 것"이라며 "획일화된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하여 줄 세우는 일반학교와는 결을 달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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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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