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기획 | ④ 덴마크 헤스테하베 자유학교

"고정된 학습법은 없다 … 개성이 다르니까"

2014-10-20 00:00:01 게재

덴마크 교육 시스템은 의무학교 교육이 아닌, 의무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다. 덴마크 학부모들은 공립학교, 다양한 종류의 자유학교, 정부의 재정 보조를 받는 사립학교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은 19세기 중반 덴마크 사회의 변혁을 가져온 풀뿌리 운동에서 시작됐다. 가부장적 왕이 지배하는 절대군주제사회가 무너지면서 대중들은 자신의 일은 스스로 책임 져야 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특히 구원에 이르는 길이 성직자의 독점물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하나님과 소통해야 한다는 종교적 부흥이 확산되면서 자녀 교육과 양육의 방식 역시 개인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가치관이 확립됐다.

8월 헤스테하베 자유학교에서 열린 교내 축제에서 학생들이 친구의 장기자랑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무대에 선 연사가 질문을 던지자 학생들이 저마다 손을 들며 호명을 기다리고 있다.

 

축제에 신이 난 학생이 자신이 정성스레 만든 샌드위치를 친구들에게 권하고 있다.


마렌 스코테(Maren Skotte) 덴마크 자유학교 연합회 대외홍보실장은 "이러한 전통 덕분에 부모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퍼졌다"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교육을 구성했고, 그것을 발단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자유학교"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종류의 자유학교들

덴마크에서는 학교가 특정 종교나 정치, 교육적 이데올로기를 표방할 수 있다. 엘리트 집단뿐 아니라 진보적 집단을 위한 학교도 있으며 독일계 소수집단, 이슬람 이민자 집단을 학교 등 다양성이 뚜렷하다.

스코테 실장은 "자유학교를 세우기 위해 따라야 하는 정해진 방식은 없다"며 "이는 다름의 차이가 곧 풍요로움이자 힘이라고 보는 철학적 신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스테하베 자유학교 학생들이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담소하고 있다.

2014년 현재 초등학교 0년부터 10학년까지의 어린이 가운데 11만명(15%)이 545곳의 자유학교에 재학중이며, 약 60만명의 학생이 1300개의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덴마크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유학교가 있다. 입학 대상자는 0학년부터 10학년까지(6~16세)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자유학교 그룹은 그룬트비-콜트 자유학교(Grundtvigian-Koldian)로, 성직자이자 시인, 정치가였던 그룬트비(N. F. S. Grundtvig : 1783~1872)와 교사였던 콜트(Christen Kold : 1816~1870)의 사상에 뿌리를 둔 학교들이다. 이 학교의 특징은 △입학이나 졸업에 어떤 자격이나 제한이 없고 완전히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점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며 전문교육이 아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교육을 받는다는 점 △학습과목은 대부분 사회과학과 문학이며 찬송가와 민요를 주로 부른다는 점 등이다.

특이한 점은 학습 과정에서 이야기와 노래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스코테 실장은 "어린이들은 시와 이야기, 신화 등을 통해 삶과 존재의 본질적 문제를 접할 수 있다"며 "이는 교과서 내용의 암기를 통해 측정하고 계량화해서 이해할 수 없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이야기 수업으로 삶의 관점 확립

그룬트비-콜트 자유학교 중 하나인 헤스테하베 자유학교는 1992년 설립됐다. 학생 수 200명 미만의 소규모 공립학교들을 폐교해 더 큰 규모의 학교로 통합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나온 뒤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자유학교를 세웠다.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미래를 위해 준비된, 튼튼한 아동과 청소년'이다. 올 8월 현재 헤스테하베 자유학교에는 10개 학급 202명의 학생이 배우고 있다.

이 학교 비베케 헬름스(Vibeke Helms·오른쪽 사진) 교장은 "최고의 학습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이는 학생들이 같은 것을 배워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헤스테하베 자유학교는 각 학생의 출발점이 모두 다르다는 것과 학생의 성과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다. 따라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 각기 개성이 다른 학생들이 각자의 개발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때문에 고정된 학습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학기제' 통해 직업과 사회 파악
 

헬름스 교장은 "모든 학생이 원하는 만큼 무한한 양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발상에서 수업이 시작된다"며 "모든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가능한 한 많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에서도 이야기와 노래에 기반한 수업은 큰 역할을 한다. 헬름스 교장은 "학생들은 주 단위로 이야기 수업을 받는다"며 "북구 신화나 성경에 기반한 이야기, 그리스 신화,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 윤리적 딜레마 등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은 몰입과 상상력을 키우며 자신의 삶에 대한 관점을 확립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자유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들이 과목과 학급을 넘나들며 수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헤스테하베 자유학교도 마찬가지다. 이 학교엔 1년에 약 8주(2달) 동안 정규 일정을 따르지 않는 수업을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기간 중 헤스테하베 학생들은 뮤지컬이나 학교캠프, 작은 사회 만들기, 역사나 국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직업적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 자유롭게 수업을 구성한다.

교사-학생 간 관계가 다층적으로 구성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헬름스 교장은 "우리 학교는 가족학교로서, 많은 가족들이 다년간 학교에 다닌다"며 "교사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우리를 교사로, 동화구연가로, 운동장에서 넘어지면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조력자로, 학습적 성취를 요구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교직원의 다양한 역할은 학생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해준다. 이는 어른에 대한 아이들의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배움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헤스테하베 자유학교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복도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한편 덴마크 내에서 자유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가 소규모 지방 공립학교를 폐교하는 조치를 내리면,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자유학교를 설립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테 실장은 "성취도 측면에서 공립학교보다 자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많은 학부모들이 소규모 자유학교를 설립해 자녀를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헤스테하베 자유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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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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