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기획 | ⑤ 한국 대안교육 발전동향과 정책현황

"대안교육, 자율과 책임의 최적점 찾아야"

2014-10-28 13:35:26 게재

야학, 공부방 등과 같은 교육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대안학교는 획일성과 경직성으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 공교육과 차별성을 보여줬다.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해 학생 주도의 새로운 교육 실험을 벌였다. 그 결과 공교육 체제 개선에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대안학교의 영향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대안학교에서 개발하고 운영해온 다양한 인성프로그램에 대해 제도권 내 학교와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교육부 주최 '대안교육 국제포럼'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학교형태로 운영되는 대안학교는 크게 인가 대안학교와 미인가 대안학교로 구분된다. 인가의 경우, 제도권 내에서 대안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의미해 학력 인정이 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체험위주 교육과 같이 다양하고 독특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정규학교인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학업중단자 및 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원하는 학생에게 체험, 인성교육 등의 교육을 실시하는 '각종학교 대안학교',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이나 학업 중단학생에게 장·단기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등이 인가 대안학교에 포함된다.

지난 6월 꽃피는학교 고등학교 과정 학생 33명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고등 하지제'를 열고 있다. 절기교육이 핵심인 꽃피는학교의 '절기제' 행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꽃피는학교는 24절기의 변화를 학사일정과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특히 춘분제, 하지제, 추분제, 동지제를 통해 절기의 의미를 가르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삶과 행동을 조화롭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가르친다. 사진 전호성 기자


반면 미인가 대안학교는 제도권 밖에서 민간교육시설을 통해 이뤄지며,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학력인정이 되지 않는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정규학교와는 다른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적용 등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교육을 실시하는 비정규 상설 대안교육시설을 의미한다.

교육부가 올 4월 실시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현황조사에 따르면 170개 미인가 대안학교에 6762명의 학생과 2345명의 교사가 소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수치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60개 미인가 대안학교를 제외한 것으로, 실제 230여개의 미인가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안학교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학교의 형태와 종류가 다양한 만큼 쟁점 또한 많다. 우선 대안학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불거진다. 일반학교와 마찬가지로 대안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점검과 관리, 평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학교와 달리 대안학교는 특성화된 교육목표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학교와 동일한 평가방식을 사용해 획일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대안학교 설립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평가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사토록 하고 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주기적으로 교육과정 운영, 학생 및 학부모 만족도 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의 사립대안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세부기준에 따르면 9인으로 구성된 교육청 대안학교 설립운영위원회에서 대안학교의 평가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한다. 인가 대안학교의 대표격인 경기도 이우학교에서는 주기적으로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만족도 등을 포함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인가 대안학교와 달리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행정 및 재정적 지원 부족으로 인해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 개발 및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최근 다문화, 탈북, 미혼모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안학교가 늘어남에 따라 평가가 더욱 어려워졌다.

신태섭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규모의 영세성, 재정적 한계 때문에 자체 평가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자율과 책임의 조화를 이룬 대표적 인가 대안학교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학교 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 워크숍을 운영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지위의 모호성

대안학교가 어떤 법적 지위를 갖느냐에 따라 학교로서 받을 수 있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달라지게 된다. 문제는 행·재정적 지원이 학생의 교육권 보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

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특성화학교로 분류돼 여러가지 행정적 문제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대안교육 특성화고교는 전문계 특성화고교와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대안학교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또 학교 지원 사업에서도 일반학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부 지원사업 신청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더 심각한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 상당수 학교가 소규모로 운영되고 학생들의 부담금에 재정을 의존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 및 안전에 대한 보장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미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사고발생시 학교안전공제회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학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스쿨존, 학교정화구역 지정 등을 통한 학생 안전 지원이 어렵다. 게다가 학력 불인정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안교육과 검정고시교육의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신태섭 교수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법제화되지 않음에 따라 생기는 폐해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제한하고 대안교육의 본질을 변질시킬 수 있다"며 "대안학교는 제도권 내 학교들이 갖추고 있는 법제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종태 한울고등학교 교장은 "덴마크의 경우 일정 수의 학생만 확보되면 자유롭게 대안학교를 설립해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데 반해 우리의 경우 교과목에 대한 수업시간 등 까다로운 조건과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교육제도나 규정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바람직한 교육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므로, 대안교육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안학교운동 1990년대부터 본격 전개

우리나라 대안학교 운동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기존 제도권 교육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한 거창고등학교나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영산성지학교 등을 중심으로 대안교육 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996년 안병영 당시 교육부장관의 '교육복지종합대책'에서 대안학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최초의 시도로 대안학교 설립추진 계획을 포함하게 된다. 이듬해인 1997년 3월 교육부는 '대안학교 설립 및 운영지원계획'을 확정 발표했으며, 국무회의에서 '교육법시행령'과 '고등학교이하각급학교설립운영규정' 등 고교설립준칙 관련 2개 법안이 통과돼 대안학교가 정규학교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1998년 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 1항에 특성화고등학교가 포함돼 법제화됐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 운영의 특성화'를 위한 특성화중학교 조항도 마련돼 제도권 내 대안학교 설립 및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종류만큼 다양한 대안교육·대안학교

대안학교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교육부는 대안학교를 '정규학교 부적응아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로서, 자연현장학습과 체험 위주 및 인성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강대중 서울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안교육을 '1990년대 이후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공교육 제도로서의 학교 교육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거부하며, 일부 학부모와 교사, 교육 운동가를 중심으로 민간부문에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 실천'으로 이해한다.

김태연 교사는 '학교교육으로서 근대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나 한계에 대한 비판, 극복 그리고 해결을 추구하는 다양한 교육적 노력들로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학교'라고 정의한다.

이병환 순천대 교수는 대안교육을 '국가 주도 교육의 경직성 타계 및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교육다운 교육을 추구하는 유형의 교육 형태'로 규정하며, 대안학교를 '대안교육의 범주에 속하며 학교라는 실체를 인정하면서 교육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대안교육 기획]
① 영국 샌즈스쿨(Sands School) | "12억 학교예산·수업계획, 아이들이 직접 짠다" 2014-09-29
② 미국 메트스쿨(The Met School)과 빅 픽처 러닝(Big Picture Learing) | 한번에 한 아이씩 가르치는 '눈높이 교육' 2014-10-06
③ 독일 발도르프 학교와 자유대안학교 | "대안교육, 안하니까 못한 것 … 우리에겐 도전이 필요하다" 2014-10-13
④ 덴마크 헤스테하베 자유학교 | "고정된 학습법은 없다 … 개성이 다르니까" 2014-10-20
⑤ 한국 대안교육 발전동향과 정책현황] "대안교육, 자율과 책임의 최적점 찾아야" 2014-10-28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