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미용시술 받고 '디스크'로 보험금 타내

2015-06-24 12:49:57 게재

보험설계사 '보험사기' 금감원, 136명 적발

보톡스를 맞거나 쌍꺼풀 수술 등 피부 관리와 성형 시술을 받고도 디스크 등으로 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내는 신종 보험사기가 적발됐다.

보험회사의 지급 관행을 잘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병원과 공모해 치료 기록을 조작하는 등 보험사기를 직접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동안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136명을 보험사기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보험설계사들은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보험사기를 벌였다. 금감원은 공모혐의가 있는 보험가입자 284명도 적발했다. 이들이 보험사기로 편취한 보험금은 모두 141억원에 달한다.

보험설계사들은 병원과 공모해 수술을 받지 않았거나 한번 수술을 했는데도 여러 차레 수술을 한 것처럼 수술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보험금을 타냈다. 보험설계사 손 모씨는 모집한 일가족 3명과 함께 A의원 등에서 5년간 5~10회 수술을 받은 것처럼 꾸며 수천만원을 편취했다.

사기 수법도 점차 대담해졌다. 그동안은 실제 질병과 관련됐거나 유사한 부분에 대해 진료기록을 조작해서 보험금을 타냈다. 예를 들어 코 성형수술을 받은 뒤 코 질환과 관련한 치료를 받은 것처럼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이제는 피부관리를 받은 뒤 질병·상해로 인해 치료를 받은 것처럼 기록을 조작하는 것이다. 상반기에만 이같은 혐의로 45명이 적발됐다.

보험설계사들은 무직자 등 소득이 없는 고객을 모아 보험료를 대납해주면서 허위 입원을 시키고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보험가입자의 통장을 관리하면서 어느 병원에 입원하고 언제 보험금을 청구하는 지에 대해서도 일일이 지시를 내렸다.

이준호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보험설계사들이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청구를 빨리하면 보험사가 의심할 수 있으니까 소멸시효 2년을 적용해서 적절하게 늦게 청구하라고 지시하는 등 무직자들을 보험범죄에 끌어들였다"며 "보험금이 나오면 대납해준 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을 브로커와 보험가입자 등과 나눠가졌는데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들은 병원 입원 기간에 보험모집 활동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천식이나 무릎관절증 등 경미한 질병이면서도 정상적인 입원으로 꾸몄는데 보험모집 활동으로 들통이 난 것이다. 금감원은 2008년 1월 이후 보험설계사 16명이 모집한 1만5170건의 보험 계약 중 3.3%인 505건의 경우 보험설계사가 병원입원 중에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보험설계사에 대해서는 보험업법 등에 따라 등록취소 등 엄중 제제할 방침이며 보험회사들의 경우 보험사기 행위에 대한 자체점검과 조치를 강화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 경찰청·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나이롱환자'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허위·과다 입원을 조장하는 보험설계사와 사무장병원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번에 보험설계사들을 대거 적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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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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