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임대 넘어, 이제는 '사회적 주택' │① 필요성 및 정책대상

공공임대만으론 서민 주거안정에 한계

2015-07-27 10:02:43 게재

사회초년생 등 신 주거취약계층 대책 시급

비영리단체, 공공과 손잡고 주택공급 나서

최근 '사회적 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올해 초 관련 조례를 제정,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연구용역'을 통해 정책반영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사회적 주택 활성화를 위한 법 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도 전체 가구의 절반 가량이 전·월세 시장에 내몰린 상황에서 공공의 임대주택 공급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보다 다양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사회적 주택에 대해 알아본다.


사회적 주택이란= 사회적 주택은 우리에겐 낯선 말이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택정책의 한축을 차지해왔다. 네덜란드 같은 일부 국가에선 주택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사회적 주택이란 '사회적 경제주체' 또는 '사회적 경제기업'이 정부로부터 택지, 금융, 조세 등을 지원받아 주택 취약계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집을 지을 수도 있고, 기존 주택을 매입해 활용할 수도 있다. 공급주체가 국가나 민간이 아니라는 면에서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과 다르다.

사회적 경제주체란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조직을 말한다. 비영리민간단체,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주택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윤극대화보다는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는 경제 조직체다. 주거문제와 관련, 취약계층의 주거안정과 주거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왜 사회적 주택인가= 사회적 주택에 대한 관심은 기존 임대주택 공급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현재 주택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임대시장에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주거취약계층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직주근접 및 수요자 특성에 맞는 소단위 개발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도심 외곽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기존 방식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공공이 임대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없다는 점도 사회적 주택에 대해 관심 갖는 이유다. 현재 공공임대 공급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LH 부채는 137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금융부채만 98조5000억원이다. 지을수록 빚이 증가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H가 '공공임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대행개발' 등 민간이 참여하는 다양한 공급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2018년까지 8만호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는 서울시 SH공사도 비슷한 처지다. 부채 총액이 17조149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73%에 달하고 있어 자체 힘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버거운 실정이다.

전은호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전략본부 연구원은 "저소득층 및 청년층의 주거 문제가 심각해지는 등 서민 주거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이 주도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차원에서 사회적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이미 독일, 스웨덴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주택협동조합 등 비영리기관에 의한 사회적 임대주택 공급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예컨대, 스위스는 협동조합주택이 17만2000가구(2010년)로 사회임대주택의 57%, 총 주택수의 4.3% 차지하고 있다. 독일도 협동조합주택이 218만가구(22010년)로 총 임대주택의 10%, 총 주택수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협동조합주택이 144만가구(2011년)로 총 주택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엔 주택협동조합이 4319개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의 경우, 사회적 주택이 전체 주택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정책 대상은= 사회적 주택은 공공과 민간부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재정적 문제 등으로 공급에 제약을 받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주거취약계층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민간임대보다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과 비영리 단체가 손잡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주택의 주대상은 '신 주거취약계층'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기존 주거취약자들까지 사회적 주택이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 부분은 여전히 공공의 몫이다. 신 주거취약계층이란 △사회초년생 △대학생 △저소득층 1인가구 등을 말한다. 최근 이들의 주거안정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주거지원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민간전월세주택에 거주하는 중·저소득층 임차가구까지도 사회적 주택으로 흡수해야 한다.

월 평균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평균 63만~304만원 이하 소득계층이다. 이들이 지불가능한 임대료 수준은 월 임대료만 고려할 경우엔 12만6000~59만6000원,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월 18만9000~89만4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청년계층 월세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중저소득층 평균보다 1.3배 가량 많다"며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신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민간임대 넘어, 이제는 '사회적 주택' 연재기사]
-[① 필요성 및 정책대상] 공공임대만으론 서민 주거안정에 한계 2015-07-27
-[② 해외·서울시 사례] 서울시, 1월 조례 제정 … 아직 걸음마 단계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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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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