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간조사에서 확인된 불평등│②건강관리도 양극화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운동에 시간 할애

2016-02-24 10:53:49 게재

저소득층 총여가시간 길지만 주로 앉아서 보내 … 신체활동량·유산소운동 부족 우려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달리기나 자전거타기 등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관리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인구학회가 통계청 용역을 받아 2014년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활용해 한국인의 삶을 심층분석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의 하루 일상 가운데 수면을 제외한 비노동시간(여가활동 및 수면을 제외한 개인유지활동)을 의미하는 총여가시간은 중졸이하가 평균 660.8분, 고졸은 594분, 대졸 554분, 대학원 이상은 583.7분으로 학력에 따라 달랐다.

대체로 학력수준이 높아질수록 총여가시간이 짧았지만 총여가시간에서 '격렬한 신체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반대로 고학력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격렬한 신체활동'이란 최근 건강관련연구에서 사용하는 'MET' 점수가 6이상인 활동으로 달리기, 자전거타기, 하이킹, 구기운동 등이 이에 해당된다.

MET 점수는 신체활동의 에너지대사량을 수치화한 것으로 이 점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에너지소모가 많은 활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MET 점수가 1~1.5이하면 '앉아있는 활동', 1.6~2.9이하는 '일상적 활동', 3.0~5.9이하는 '가벼운 활동', 6이상은 '격렬한 활동'으로 구분된다. 식사, 휴식, 텔레비전 시청, 읽기 등은 '앉아있는 활동'에 해당되고 목욕, 자원봉사, 취미생활, 컴퓨터게임, 영화보기, 이동하기 등은 '일상적 활동'에 속한다. '가벼운 신체활동'에는 구호활동, 걷기, 춤추기, 야외활동 등이 있다.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서 20세 이상 성인이 작성한 4만4111개의 시간일지를 학력별로 분석한 결과 총여가시간에서 격렬한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졸이하의 경우 0.6%에 그쳤지만 고졸과 대학원 이상은 1.3%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대졸의 경우 1.0%였다.

반면 운동량이 적은 앉아있는 활동의 비중은 중졸이하가 75.3%로 가장 높았고 고졸은 71.8%, 대졸 70.5%, 대학원 이상은 69.7% 등으로 고학력일수록 낮게 나타났다.

학력이 높을수록 여가시간의 더 많은 부분을 운동 등 신체활동에 투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 취약집단은 중간소득층 = 소득수준을 중위소득을 중심으로 3분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서도 계층별 차이가 뚜렷했다. 소득상위 25%의 총여가시간은 평균 581.4분으로 비교적 짧았지만 격렬한 신체활동 비중은 1.6%로 가장 높았다. 앉아있는 활동 비중은 69.3%로 가장 낮았다.

반면 소득하위 25%는 격렬한 활동 비중이 0.7%로 가장 낮았고 앉아있는 활동 비중은 74.2%로 가장 높았다.

실제 여가시간에 대한 격렬한 활동의 행위자비율과 행위시간을 계산해보면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평균 5분 정도 더 길었다.

고소득층은 짧은 여가시간이라도 신체활동에 할애하는 행태가 드러난 반면, 저소득층은 긴 여가시간을 대체로 앉아있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간소득층은 총여가시간이 고소득층에 비해 적었고, 가벼운 활동을 포함한 신체활동 비율은 저소득층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중간소득층을 '총여가시간이 가장 짧고, 신체활동을 하는 비율도 가장 낮다는 점에서 건강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취약집단'으로 분류했다.

연령별로는 40~60대가 신체활동 활발 = 사회인구학적 특성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여가시간이 길고 신체활동행위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총여가시간은 588.2분, 신체활동 비중은 5.3%에 그쳤으나 남성의 총여가시간은 619.8분, 신체활동 비중은 7.2%에 달했다. 격렬한 신체활동 비중은 남성이 1.6%로 여성(0.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연령대별 총여가시간은 20대 574.2분에서 30대에는 515.1분으로 줄었다가 40대 이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총여가시간은 559.7분, 50대는 599.9분, 60대 672.9분, 70대 735.4분, 80대 이상 784분 등이었다. 신체활동 비중은 20대가 5.0%, 30대가 4.7%로 다른 연령대보다 낮았다. 신체활동 비중은 40대 5.8%에서 50대 6.6%, 60대 7.5%, 70대 8.0%까지 증가했다가 80대 이상에서 7.1%로 다시 줄었다. 격렬한 신체활동 비중만 따로 떼어내 보면 20대와 30대는 각각 0.6%와 0.7%로 낮았고, 50대는 1.5%로 가장 높았다. 40대와 60대도 각각 1.3%로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신체활동의 양이 성별, 연령, 그리고 사회경제적 특성에 따라 체계적인 차이가 있음이 발견됐다"며 "낮은 소득계층의 경우 신체활동량이나 유산소운동이 적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 우려되고,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중장년기에서는 관절염, 근육파열과 같은 외과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생활시간조사에서 확인된 불평등'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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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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