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간조사에서 확인된 불평등│① 교육을 통한 대물림

부모 교육·소득 높을수록 자녀 공부시간 길어

2016-02-23 10:46:02 게재

하루평균 최대 2시간 차이 … 학원 등 학교외 학습시간 많아

부모의 교육수준과 가구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들의 학습시간이 증가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학업성취도가 학습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교육을 통해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는 한국인구학회가 통계청에서 실시한 '생활시간조사'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다. 인구학회는 통계청 용역을 받아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활용한 한국인의 삶 심층 분석' 작업을 진행했으며 최근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서 응답한 당시 초중고 재학생 6408명의 학습시간을 분석한 결과 총 학습시간은 하루 평균 406분이었고 이 중 초등학생은 321분, 중학생은 402분, 고등학생은 475분이었다.

하지만 같은 초등학생이어도 부모의 교육정도,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학습시간은 차이가 났다.

특히 어머니의 교육수준에 따라 격차가 컸다. 어머니의 최종 학력이 중학 이하인 경우 초등학생 자녀의 총 학습시간은 하루 평균 268분에 불과했지만 대학 이상인 경우에는 354분으로 90분 가까이 많았다.

학원 등 학교외 학습시간이 각각 100분과 178분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대학 이상인 초등학생 자녀의 학교외 학습시간은 173분, 중학 이하의 교육수준을 지닌 아버지를 둔 초등학생의 학교외 학습시간은 105분으로 어머니의 교육수준에 따른 차이보다는 작지만 70분 가까이 격차가 있었다.

가구소득에 따라서도 학교외 학습시간의 차이가 있었다.

가구소득을 월 평균 200만원 미만, 200만~400만원 미만, 400만~600만원 미만, 600만원 이상 등 4개 구간으로 나눠 비교한 결과, 200만원 미만인 경우 초등학생 자녀의 학교외 학습시간은 120분인 반면 6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181분으로 61분 많았다. 이에 따라 총 학습시간도 200만원 미만은 280분, 600만원 이상은 345분으로 65분 차이가 났다.

대졸 아버지 둔 중학생, 2시간 더 공부 = 부모의 교육수준과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학습시간이 증가하는 현상은 중학생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중학 이하인 중학생 자녀의 총 학습시간은 318분, 대학 이상 학력을 지난 아버지를 둔 중학생 자녀의 총 학습시간은 437분으로 2시간 가량 차이가 났다. 학교 학습시간은 각각 193분과 194분으로 비슷했지만 학교외 학습시간이 125분과 243분으로 격차가 컸다.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중학 이하인 경우와 대학 이상인 경우에도 학교외 학습시간은 각각 152분과 253분으로 100분 이상 차이가 났다.

가구소득이 200만원 미만일 때 중학생 자녀의 학교외 학습시간은 150분, 600만원 이상일때에는 252분으로 가구소득에 따라서도 학교외 학습시간의 차이가 컸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중학 이하인 경우와 대학 이상인 경우 학교외 학습시간은 각각 125분과 235분으로 100분의 차이가 났고, 어머니의 교육수준이 중학이하인 경우와 대학이상인 경우에는 122분과 247분으로 120분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가구소득별로 고등학생의 학교외 학습시간을 보면 200만원 미만일때에는 125분이었으나 6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에서는 230분으로 크게 증가했다.

도시지역 학습시간, 농촌보다 45분 길어 = 도시와 농촌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학습시간 차이도 컸다. 분석결과 농촌지역 학생들은 하루 평균 368분을 공부하는 반면 도시지역 학생들은 이보다 45분이 많은 413분을 공부하면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학습시간은 도시지역이 223분, 농촌은 215분으로 차이가 10분 미만이었지만 학교외 학습시간은 각각 190분과 154분으로 30분 이상 차이가 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총 학습시간이 도시지역은 328분으로 농촌지역 288분보다 40분 더 많았다. 학교 학습시간은 각각 172분과 162분으로 10분 가량 차이가 나는데 그쳤지만 학교외 학습시간은 각각 157분과 126분으로 도시지역이 30분 이상 더 길었다.

중학생의 총 학습시간은 도시지역이 405분, 농촌은 379분이었다. 학교 학습시간은 도시가 195분으로 농촌 210분보다 적었지만 학교외 학습시간은 210분으로 농촌 168분보다 많았다.

고등학생은 학교 학습시간도 도시(194분)가 농촌(163분)보다 많았고, 학교외 학습시간도 도시가 287분으로 농촌(165분)보다 길었다.

보고서는 "교육성취를 평균 학습시간, 특히 학교외 평균 학습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부모세대의 계급적 지위가 교육을 통해 대물림되고 있다는 측면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대학입학과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사회 속성상 도시-농촌의 학습시간 차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학습시간의 차이는 한국사회 계급재생산의 한 단면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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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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