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국 화룡점정, 농식품 | ① 포기하지 않는 시장개척

자동차·IT 부진해도 농식품수출은 계속 강세

2017-01-25 10:58:46 게재

선진국형 수출구조로 정착 동력

한류바람 꺼져도 지속될지 갈림길

국내 농식품산업이 수출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내수시장에 의존했던 산업이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국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가요·드라마에 이어 한류의 한 축도 맡고 있다. 특히 다른 산업부문이 부진한 속에서 농식품 수출 강세가 눈에 띈다. 내일신문은 지난해 수출실적과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한 요인을 살펴보고, 주요 시장과 품목별 분석 및 전망을 더하려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9월 중국 우한에서 개최한 한국식품박람회에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6개국 8개 도시에서 열린 한국농식품박람회 체험행사에는 57만명이 참여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해 대한민국의 수출실적은 2015년보다 5.9% 줄어든 4955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선박 등 주요 수출품목도 각각 1.1% 11.3% 4.3% 5.5% 14.4% 감소했다. 2015년(-7.9%)에 이어 2년 연속 수출실적은 뒷걸음질쳤다. 반면, 농식품 수출은 5.9% 증가한 65억달러를 달성하며 2015년 침체를 탈출했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 교수는 24일 "한국 농식품은 가격이 비싸도 수출되는 구조"라며 "이는 식품관련 기술의 발전, 식품과 밀접한 한국문화(한류)의 강점,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바탕으로 한국 농산물도 건강에 좋고 고급이라는 이미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형 수출구조로 정착되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유성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부사장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세계 식품시장 규모(2015년 기준)는 6조1000억달러로 자동차(1조3000억달러), 정보기술(IT. 1조6000억달러)보다 각각 4.9배, 3.8배 더 크다.

고비마다 민·관 협력 = 출발은 좋지 않았다. 부진했던 2015년 수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1월엔 2015년 같은 달보다 5.9% 줄었다. 일본 중국 등 주요 수출상대국으로 수출부진이 원인이었다.

2015년 수출실적은 61억1000만달러로 2014년보다 1.2% 줄었다. 나라 전체의 수출 감소폭(-7.9%)에 비하면 선방했지만 2008년 이후 적극적인 농식품 수출 정책을 추진한 이후 계속 성장하던 수출이 감소한 것은 충격이었다.

농식품부와 관련 기관, 기업들이 수출 분위기 회복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2월 4일 농식품부는 경기도 화성의 토마토 수출업체 우일팜 대회의실에서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aT, 농협중앙회와 농식품 수출업체 및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식품 수출확대 합동 업무보고회'를 갖고 연말까지 81억달러 수출을 달성하자고 합의했다.

2015년보다 32.5% 높은 목표액이었지만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다'는 의지가 모였다. 그리고 3월 수출액이 2.9% 증가하면서 반등에 성공,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간중간 고비는 계속 있었다. 8월말 예측하지 못한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과 후유증으로 수출물류에 어려움이 생겼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중국시장확대를 이끌었던 조제분유에 대한 수출이 현지 제도변경으로 급속히 위축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9월부터 수출물류비를 업체들에 추가 지원하며 한진해운 사태로 수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신속히 나섰다.

조제분유 파동도 중국 현지에 한국영유아식품 팝업스토어를 105곳 운영하면서 타겟 마케팅을 강화하며 헤쳐 나갔다.

9월 22일부터는 '농식품 수출 극대화를 위한 100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말까지 수출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추경에서 104억원을 편성해 해외 박람회 참가 규모를 확대하고 현지 판촉활동을 강화했다.

농식품부와 aT는 지난해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6개국 8개 도시에서 한국농식품박람회를 열고 국내 농식품수출업체의 수출을 지원했다.

이정삼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박람회 등에서 수출상담실적은 1억9400만달러로 2015년보다 61% 늘었다"고 말했다.

과학으로 신선농산물 수출 뒷받침 = 지난해 농식품 수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선 농산물의 약진이다.

농가 소득과 직접 연관되는 신선 농산물 수출은 2015년보다 7.5% 증가한 10억8000만달러(1조2593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농업생산액 42조9370억원의 3% 수준이다. 신선 농산물 수출증가율이 가공식품 증가율(5.6%)을 앞선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농업생산액이 2015년보다 3.6% 감소했지만 수출은 7.5% 증가해 한국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신선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유통기법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지난해 2월 매향 품종의 딸기를 이산화탄소 용도 30%인 챔버(수출용기)에 넣은 후 선박으로 싱가포르에 시범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딸기는 수확 후 11일째 되는 날 싱가포르에 도착해 12일부터 현지 유통됐다. 이 딸기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지 않은 것보다 단단한 정도가 늘어 수확 후 15일까지 판매할 수 있었다. 물류비는 항공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9월엔 경기도 화성에서 수확한 포도 11.4톤을 유황패드로 포장한 후 선박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유황패드는 일정한 습도 아래 이산화황(SO2)을 서서히 발생시켜 곰팡이를 억제한다. 운송비는 항공비(40피트 컨테이너 1대 기준 3700만원)의 10% 수준인 365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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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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