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자체 관광정책 체질을 바꾸자

지역마다 잘 지켜온 자연·문화가 최고의 관광자원

2017-04-12 10:10:12 게재

'관광수익→주민복지→자연·문화보전'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관광 지속가능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지자체들이 관광객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여행자와 지역주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관광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국내 관광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광으로 체질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은 대안관광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1980년 후반 대량생산, 대량소비, 패키지상품 위주의 대중관광이 자연환경의 파괴, 문화유적 훼손, 관광지 지역주민의 경제적 박탈감 등의 문제를 초래하면서 대안관광이 등장했다. 대안관광은 소규모 집단으로, 관광지의 사회환경·자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관광을 지향한다.

현재 국내외에서 대안관광의 실천적 접근으로 생태관광, 녹색관광, 공정관광, 음식관광, 문화관광, 의료관광 등 수많은 형태의 관광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유기준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는 "대안관광은 관광객과 관광지의 요구에 부응하며 미래의 관광기회를 보호하는 관광으로, 쾌락적이고 수동적 관광행위가 아닌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생산적인 관광경험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안산 대부도 행낭곡 생태관광 시범마을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 안산시 제공


관광지의 가치와 주민 삶을 중시하는 생태관광 = 대안관광 프로그램은 주로 관광지 고유의 가치와 주민 삶을 중시하면서 지역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소득창출로 이어지도록 설계된다. 대표적인 것이 생태관광이다. 호주는 이미 23년 전인 1994년 기존 관광을 대체할 생태관광을 국가전략으로 확정했다. 생태관광의 개념을 정의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원칙을 관광산업 전반에 적용하기 위해 12가지 목표도 수립했다. 김성일 한국생태관광협회 회장은 "호주는 비즈니스와 지역이 철저히 결합된 생태관광으로 관광산업을 활성화했다"며 "우리나라도 자연과 역사, 문화에 기반한 생태관광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는 제주도다. 제주도는 기존 관광의 폐해를 극복할 대안으로 생태관광을 활성화해왔다. 생물권보전지역 하례리와 저지리,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소재지인 선흘1리, 세계자연유산지역 선흘2리가 생태관광을 주민 주도로 일궈가고 있다. 생태관광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향토음식체험, 장터운영 등으로 소득도 창출하고 있다. 이들 마을의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은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수익의 약 70%가 지역에 환원되도록 설계(마을식당, 지역해설사 이용 등)할 것, 수익의 일부(10%)는 환경보전기금으로 환원, 주민들의 생활보호를 위해 마을안길 걷기 최소화, 최소의 인원으로 최대의 행복 지향 등이다. 특히 선흘1리는 주민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선흘곶협동조합'을 설립 중이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는 "잘 보전된 자연·문화를 체험하면서 소비한 돈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간다면 주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주민들은 지역의 자연·문화를 더 잘 보전할 것"이라며 "이런 선순환이 가능할 때 관광도 지속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생태관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북도는 2015년 '1시군 1 생태관광지 조성'을 목표로 생태관광지 조성사업을 시작, 오는 2024년까지 14개 시군에 각각 72억원씩 102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자연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선정해 환경체험과 관광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안산시는 갯벌 동주염전 등 자연자원이 풍부한 대부도 행낭곡마을에 생태관광 시범마을을 조성한다. 아시아 최초로 '2017 생태관광 및 지속가능관광 국제컨퍼런스'를 유치, 오는 9월 12~1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중국의 방한금지로 지자체 관광산업이 어려움을 겪는데 생태관광이 하나의 대안"이라며 "한국의 문화·역사·생태를 잘 보여주고 소규모라도 지불의지가 높은 관광, 그 지역의 지속성을 영유하는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세·환경세 걷어 환경보존·주민복지에 활용 =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관광세 등을 걷어 지역주민을 위해 쓰는 방안도 거론된다. 주 수입원이 관광인 부탄의 경우,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현지인 가이드 동행여행을 권장하고 1인당 하루 200~250달러의 관광세를 부과한다. 호주도 북동해안 산호초지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경관리요금을 부과하고, 몰디브는 환경보호를 위한 재원확보 차원에서 입국 관광객에게 하루 6달러의 그린세(Green tax)를 받는다.

지난해 제주도에서도 관광객에게 환경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제주도의회 제주문화관광포럼은 지난해 7월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제안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상·하수도와 쓰레기,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환경부담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담금 도입이 제주관광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컬리 브리커 세계생태관광협회 회장은 올해 초 안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네팔 피지 등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얻은 교훈은 관광상품 개발 시 지역사회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관광은 장기적으로 관광지와 지역주민들, 그곳의 환경에 최선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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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이명환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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