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대상 관광상품도 양극화

2017-04-12 10:07:02 게재

중산층 대상 상품 필요

"'내나라여행'이라는 프리미엄 여행 상품이 있습니다. 상품 하나 가격이 130만원에 이릅니다. 대신 각 상품들은 해당 지역의 특급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꼭 먹어봐야 하는 별미를 맛보는 등의 코스로 이뤄집니다. 꼭 여행자의 연령대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상품의 이용자들은 60~70대가 대부분이고 80대도 있습니다. 재이용률이 높고 10회 이상 이용하기도 합니다." 6일 하나투어 관계자의 노인관광 상품에 대한 설명이다.

'액티브 시니어' 위한 상품 = 관광업계에 따르면 국내관광 상품 가운데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은 증가하는 추세다. 몇 만원에 구성되는 당일치기 효도관광 상품이 전통시장 위주로 천편일률적이고 가급적 저렴하게 여행하는 데 초점을 맞춰 출시되는 반면 하나투어의 '내나라여행'과 같은 '액티브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상품들은 자녀들로부터 미리 편지를 받아 대독하는 시간을 갖는 등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넣기도 한다.

이처럼 관광업계가 노인관광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이유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층은 아무래도 정보 접근 제약 등의 문제로 개별여행이 어려워 여행상품 구매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노인들은 주로 국내여행 상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국내여행사들은 일찌감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상품들을 출시해 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내나라여행'을 처음 출시했을 때 100만원짜리 상품이 되겠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면서 "국내관광 상품의 경우 중장년층 여행자가 많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여행사들은 중장년층을 위한 상품을 잘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수관광상품 인증 도입" = 전문가들은 만족도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노인관광 상품이 보다 다양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몇 만원짜리 효도관광 상품과 고가 상품으로 양분화돼 중산층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관광상품이 적다는 지적이다.

김형곤 세종대학교 관광대학원 교수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총서 '고령사회와 문화정책'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은 고가 혹은 저가로 다소 극단적으로 분리돼 있고 다수의 중산층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적절한 관광상품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고령자들의 구매도가 높은 고가의 관광상품군은 크루즈 또는 철도여행상품들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관광버스를 활용해서 소액의 경비만 청구하는 선심성 관광상품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광업계와 전문가들은 양질의 노인관광 상품 출시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독 노인관광 상품에 전통시장 방문이 많은 것은 이에 대해 1인당 얼마씩 지자체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같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할 때 이런 방식의 지원보다는 체험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보다 장기적인 지원 방식"이라고 말했다.

유지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시장 원리에 따라 상품들이 공급되는 상황"이라면서 "우수관광상품 인증 등의 제도를 도입, 지원하면 산업 생태계가 보다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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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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