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웃으며 삽시다│④ 여행

신체 제약으로 먼 여행 못가는 노인 지원 인프라 필요

2017-04-12 10:05:43 게재

65세 이상 51%,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관광' 꼽아

누구나 잠시 일상을 떠나고 싶어 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들며 재충전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젊은이나 노인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노인들은 신체적 제약이 있어서, 혹은 정보를 제대로 몰라서 여행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노인들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정부 관광정책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노인들이 여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노인 관광이 활성화된다면 국내관광 수요 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관광 활성화에도 도움" = 노인들은 여행을 하기를 원하면서도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2016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주말이나 휴일의 여가활용 방법으로는 TV 및 DVD 시청이 83.1%로 가장 많으며 관광활동은 3.7%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은 '관광'이 51.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지난 1년 동안 1회 이상 65세 이상 노인들의 58.5%가 국내외 관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연령층 응답자의 86.4%가 1회 이상 국내외 관광을 경험한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유지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자들은 은퇴 이후 하고 싶은 것으로 대부분 여행을 꼽는다"며 "정부는 고령자들이 여행하는 것을 삶의 질 차원에서 '행복권'의 하나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65세 이상의 고령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해외여행 보다는 국내여행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들의 여행이 활성화되면 국내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 관광지인 한국민속촌은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시설을 갖췄다. 사진 한국민속촌 제공

문화누리카드로 여행하는 노인 10% = 노인관광의 필요성에 비해 정부 정책들은 그 수가 적고 예산 집행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기본계획)의 2017년 시행계획(시행계획)에는 '고령친화 관광산업 육성'이 포함돼 있다.

'고령친화 관광산업 육성' 영역에는 2가지 사업이 있는데 경제적 지원을 하는 '고령친화 관광 상품 개발 활성화'와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는 '고령친화 관광 환경 조성'이 그것이다. 문체부가 추진하는 고령친화 관광 상품 개발 활성화 사업은 문화누리카드 사업으로 2017년 예산은 992억2600만원이다.

그러나 이 중 노인관광에 지원되는 예산은 매우 적다. 문화누리카드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게 6만원 상당의 바우처 카드를 지급,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게 지원하는 카드로 저소득층 대상의 사업이며 노인 대상으로 특화된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문화누리카드는 여행 외 도서구입 등 여가생활, 스포츠 관람에도 사용할 수 있다.

60대 이상 노인이 발급한 문화누리카드는 2016년 12월 28일 기준 41만5277매로 전체의 28.6%다. 그나마 이 중 숙박에 사용하는 비율은 2014년 기준 0.7%에 불과하다. 숙박, 철도, 항공 여객 등, 여행사, 관광지, 테마파크 등 여행에 관련돼 사용한 비율을 합해 보면 10.6%, 즉 4만4019매에 그친다.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여행하는 노인의 수가 적은 것은 현실적으로 지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지원 금액을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시행계획에도 '국내여행시 소요비용 대비 문화누리카드 지원금액이 적어 자부담액 발생으로 개발된 관광상품 사용 독려 한계'라고 지적됐다.

"범정부 차원 협력해야" = 고령친화 관광 환경 조성 사업에 대해 문체부가 관심을 가진 지는 5년여 됐다. 대표 사업은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는 '열린 관광지' 사업으로 2017년까지 17개 관광지가 선정됐다.

2016년에는 시니어 관련 전문가 자문위원회가 구성, 운영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어르신과 손주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격대교육 관광상품이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이 외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점을 고려, 경의선 등 수도권 전철과 연계된 여행코스를 개발하는 등의 사업을 벌였다.

2017년에도 열린 관광지 사업과 격대교육 관광 사업 등 노인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다만 고령친화 관광 환경 조성 사업에 편성된 2017년 예산은 12억5000만원에 머물기 때문에 보다 확충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여행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인관광 관련 정보나 프로그램 등을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편입시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굳이 고령자들이 따로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동행자를 만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 위원은 "범정부 차원에서 협력, 고령자들이 아날로그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주민센터나 노인복지관에서 관광안내프로그램이나 관광학교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고령사회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부처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노인관광 해외사례는] 대학 캠퍼스에서 머무는 여행 … 미국 '엘더호스텔'
노인 대상 관광상품도 양극화

['100세 시대, 웃으며 삽시다' 연재기사]
① 건강 : 운동실천 인센티브제 도입 필요│ "운동으로 노인 건강 찾고 선물까지 받아요" 2017-04-04
② 여가활동│ TV시청 벗어나 '직접 즐기는 문화' 필요 2017-04-05
③ 여가복지시설│ 학습·나눔 바라지만 참여 저조 … "부적절한 지원 탓" 2017-04-10
④ 여행│ 신체 제약으로 먼 여행 못가는 노인 지원 인프라 필요 2017-04-12
⑤ 자원봉사│ "노년기 활기찬 삶, 자원봉사로 열어 가세요" 2017-04-18
⑥ 여가문화 확산 방향 - 인터뷰 | 최병일씨│ "독서·강연·여행 … 앞으로 10년은 더 활동할 수 있습니다" 2017-04-19

송현경 김규철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