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열풍│② 한 단계 도약하는 국내 RA(로보어드바이저)시장

사람없이 로봇이 투자자문·자산관리 … 5월중 상용화

2017-05-04 11:53:43 게재

진정한 의미 로보어드바이저 시대 열려

'비대면 일임계약 허용' 여전히 논란 중

투자자보호미흡·불완전판매 해소해야

사람의 개입 없이 운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이달 중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진정한 의미의 로보어드바이저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이제 한 단계 더 도약하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4~5년간 정착기를 거친 후 2021년에는 6조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2025년에는 46조원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전산시스템만으로 자산관리서비스 = 투자자보호를 위한 일정 요건을 충족한 로보어드바이저에게 대고객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성향 분석 및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해킹 방지 및 재해 대비 등에 대한 체계 구축 △운용이나 보수를 책임질 유지·보수 전문 인력 확보 △금융당국의 공개 테스트(테스트베드)를 거친 로보어드바이저는 상용 서비스가 가능하다. 현재 28개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이 금융위원회의 1차 테스트베드 결과를 통과해 이달 중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 20개의 로보어드바이저가 2차 테스트베드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달 중 새로 출시될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기존과 달리 전산시스템만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투자자 성향 분석부터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재배분 등 각 단계에서 투자전문가가 의무적으로 개입해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인력 없이 운용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에게 자문하고 고객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고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상품보다 훨씬 저렴한 운용 보수가 가능해졌다.

◆"로보어드바이저·일임투자 충분히 설명해야" = 다만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 비대면 일임계약이란 로보어드바이저 운영사가 고객을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일임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계약을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형식적인 투자자 성향 파악으로 인한 투자자보호 미흡과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투자일임업의 근간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투자계약을 할 때 아직은 시작단계인 로보어드바이저와 일임 투자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올해 초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530명 중 34.0%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8.9%에 불과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사람은 63.8%나 됐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알고 있는 사람은 10.9%,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들어보기만 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5.3%였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들 중 35.8%는 '로봇의 추천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서비스가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13%, '추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 우려'는 8.6%, '로봇이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없을 것 같아서'는 7.3% 순으로 나타났다. 재단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금융인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국내투자자에게는 친숙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먼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보호와 불완전판매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권순채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 이용의 장점과 단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가 신기술이며 장점이 있는 반면 아직까지 투자자의 모든 정보를 고려한 투자자문을 제공하지 못하는 등 약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투자 전에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신인의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비용 때문에 수수료 인하어려워" =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금융시장처럼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일임'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 인력을 쓸 경우 로보어드바이저가 내세우는 수수료 인하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대면 투자일임이 허용되면 고객이 직접 금융기관을 방문해 직원과 상담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투자계약과 자산 운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장점인 편리한 접근성으로 투자자들이 더 쉽고 간편하게 자산관리를 맡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에서 실시하는 테스트베드의 심사내용을 강화하고 이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들과 일임계약을 할 경우엔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과 오프라인에서 대면해 상품을 가입하는 것보다 투자자보호 문제나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면 투자일임에 대한 규제는 넓은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많은 오프라인 지점이 있는 기존 금융사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점이 별로 없는 소형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소규모 핀테크업체들은 불리할 수 밖에 없으며 특히 로보어드바이저만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엔 고객확보를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경우 수익률 등의 성과 여부를 떠나 고객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테스트베드에 참가해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자체 검증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고객과의 계약체결이 안된다는 점에 기운이 빠진다"며 "오프라인으로 고객과 투자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은 지점이 없는 IT업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큰 어려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오영표 신영증권 변호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을 상대로 일임·자문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계약체결은 온라인으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는 타당하지 않고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에 부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열풍'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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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한 단계 도약하는 국내 RA(로보어드바이저)시장│ 사람없이 로봇이 투자자문·자산관리 … 5월중 상용화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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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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