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블록체인 상상력을 키우다 | ①블록체인 엑스포 2018 유럽

블록체인이 의료원조 효율성 높인다

2018-07-02 11:23:10 게재

구호·친환경 등 공익 프로젝트 눈길 … "신뢰의 분산화가 가장 큰 가치"

올해 초 비트코인 열풍으로 인해 그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에까지 '투자' '투기' 이미지가 씌워졌다. 하지만 알려졌다시피 그게 블록체인의 전부는 아니다. 지난달 27~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2018 유럽'은 어느 스타트업 대표의 말처럼 '비트코인 얘기는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엑스포에 참석한 전세계의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이 가진 '탈중앙'이라는 가치와 '정보 위변조 불가능'이라는 기술적 장점을 살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과 디지털 개인정보 플랫폼 업체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의료원조나 기후변화 등 공공 프로젝트를 제시한 스타트업들이 눈길을 끌었다.

유럽의 블록체인 축제 | 지난달 27~2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블록체인 엑스포 2018 유럽'이 열렸다. 200개가 넘는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이 참석했으며 컨퍼런스장에서는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토론과 발표가 이틀 내내 이어졌다. 사진 박소원 기자


◆아프리카 주민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기술 = 엑스포에 참여한 키넥트(Kinect)라는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아프리카에 제공되는 의료원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유니세프(UNICEF)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로부터 매년 십억달러가 넘는 지원을 받지만 주민들의 건강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환자의 건강기록을 확보하지 못해 치료를 제대로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자금을 송금할 때마다 부과되는 수수료나 기부금 배분에 대한 책임 문제 등도 아프리카 원조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가이 뉴잉 키넥트 CEO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여전히 HIV, 결핵,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몇몇 아프리카 국가는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기대수명을 가지고 있다"면서 "키넥트는 블록체인을 사용해 데이터를 기록, 저장, 전달하고 실제로 필요한 장소로 자금을 이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저장된 기록을 위변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건강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토큰을 발행해 P2P 형태로 기부금을 모으면 자금 전송에서 생기는 비효율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키넥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토큰경제 활용해 친환경 활동 유도 = '제로카본프로젝트'라는 스타트업은 블록체인에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스(Energis)'라는 토큰을 발행해 태양광 등 제로탄소 에너지를 사용한 고객들에게 보상한다. 고객들은 보상으로 받은 토큰을 친환경 에너지를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공급을 독점하는 구조지만 영국 같은 경우 에너지가 거래되는 시장이 여러 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상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차차 우리나라처럼 규제가 강하고 전력을 독점공급하는 나라로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로카본프로젝트 관계자는 "제로탄소 에너지를 화석연로보다 싸게 공급하는 제로탄소 마켓을 제공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통해 향후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최대 1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공공 프로젝트를 내세운 스타트업들이 부스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동안 '공공 서비스와 사회복지를 위한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도 진행됐다.

토론자로 나선 미켈 에스타페 카탈로니아 정부 부대표는 "우리 모두는 블록체인이 정말 임팩트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블록체인의 주요 가치는 분산화이고 그 중에서도 신뢰의 분산화가 가장 큰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아주 빠른 방법도 아니고 그렇게 싼 방식도 아니다"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어떻게 접목할지 살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 분야처럼 기술적인 이점 자체보다는 블록체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네덜란드)=박소원 기자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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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네덜란드)=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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