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중개기관이나 인증기관을 거치지 않고 나 자신이 나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나와 관련된 이력을 해당 기관에 요청해 증명받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증명서를 발급하는 주체가 된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정부는 '개인정보를 온전히 개인이 소유한다'는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관련 프로젝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다. 이는 내 이력이 해당기관의 정보가 아니라 내 정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난민도 졸업증서 발급 가능하게 =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마를로스 폼프 네덜란드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 총괄은 "지금은 학위증서를 받으려면 대학에 가서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대학이 아니라 본인이 학위증서를 가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위라는 개인정보가 자신의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난민 같은 경우는 고국에서 학위를 땄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절차가 까다로운데 블록체인에 관련 정보를 올리게 되면 고국이나 출신학교에 연락할 필요 없이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개인이 소유한 정보'인 만큼 학교라는 인증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증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국가와 협력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보고 네덜란드 정부는 현재 이웃국가인 벨기에와 협의 중이다. 폼프 총괄은 "9~10월에 2개 대학에서 확인된 정보를 벨기에와 교환하려 한다"면서 "앞으로 EU에서 여러 국가와 컨퍼런스를 통해서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는 개인 스마트폰에 저장 = 네덜란드 정부는 디지털 신분증(ID) 시범 서비스도 실시중이다. 현 시범단계에서 개인정보는 오로지 개인 스마트폰에만 저장되도록 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인증을 한차례 거치도록 설계됐다. 디지털 신분증은 개인정보가 변화할 때마다 암호화된 형태로 블록체인에 저장되며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헤이그 정부청사에서 만난 프란스 라이커스 네덜란드 내무부 국가신원정보국(RviG) 전략자문은 "시범서비스 중인 디지털 신분증은 여권과 동일한 수준의 신분증을 목표로 한다"면서 "기존 여권과 다른 점은 예전에는 신분증을 보여주면 불필요한 정보까지 다 보여줘야 하는데 디지털 신분증을 이용하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류를 구입할 수 있는 나이 기준이 18세라고 할 때 기존 신분증을 제시하면 나이와 상관없는 정보까지 모두 공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디지털 신분증을 제시하면 공개를 원치 않는 정보는 가릴 수 있고 18세 이상인지만 확인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라이커스 전략자문은 "내가 누구이고, 내가 무엇을 해도 되는지 인증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담보가 필요하다면 요구되는 수치만큼만 재산을 공개할 수 있다. 소액의 대출을 받기 위해 내가 가진 재산 전부를 은행 직원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정부의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그는 "예전에는 정부 입장에서 어떤 것을 해야할지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민의 요구를 찾아서 해주기 위해 e-정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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